20세기 초 심리학자였던 A.H. 마틴은 점성술, 관상학, 골상학, 손금 보기 등을 다 미신이라고 배격했던 과학자였습니다. 대신 그는 훌륭한 영업 사원은 외향성이나 사교성과 같은 몇 가지 성격적 특질이 있다고 주장했지요. 1931년 호주 산업심리학 연구소는 그의 강의를 모아 책으로 펴내기도 했습니다. 1950년대까지 회사 경영자가 직원이나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성격 검사를 벌이는 게 유행했습니다.
성격 검사는 실증적으로, 논리적으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실증적으로는 성격 검사 결과로 각 개인의 업무 성취도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어떤 일이 어떤 사람에게 적합한지 정할 수도 없습니다. 논리적으로는 어떤 성격 특질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한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행동을 했기 때문에 성격적 특질이 그렇다는 것인지가 섞여서 순환논리에 빠지게 됩니다. 도덕적으로는 많은 경우에 직원은 회사가 시켜서 강제로 성격 검사를 받게 되고, 이 때문에 검사 과정에서 거짓을 말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지난 80년간 수많은 학자가 성격 검사 결과와 업무 성과 사이에 연관성을 찾으려고 애써왔지만 참혹하게 실패했습니다. 그 유명한 <5가지 성격 요소> 검사 결과와 업무 성과 사이에는 상관관계나 아주 낮거나 없습니다. MBTI 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성격 검사를 하는 기관마다 성격이 어떻게 정의될 수 있는지 의견이 일치되지도 않습니다. <5가지 성격 요소> 검사는 사람의 행동을 너무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정의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요즘 학자들은 성격적 특질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순환 논리는 많은 사람이 간과하고 있는 성격 검사의 문제입니다. 성격적 특질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행동을 통해 성격적 특질을 유추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격 검사 지지자는 인간 마음속 “내부의 힘”에 의해서 행동들이 유도된다고 가정합니다. 하지만 이 “내부의 힘”이 제대로 설명된 적은 없습니다. 심리학자 데이비드 맥클레랜드는 그런 내부적 힘이란 “정신적 바이러스”라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불안이라는 항목을 봅시다. 어떤 사람이 걱정 많은 성격이라는 걸 우리가 어떻게 알까요? 그 사람이 걱정을 많이 하는 것을 보고 압니다. 근데 그 사람이 걱정하는 이유는 뭘까요?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서 그렇다고 합니다. 이건 순환논리입니다.
성격 검사가 실용성이 없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회사와 여러 기관에서 성격 검사를 시행하는 일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건 100년 전 관상학이 겪었던 과정이며 지금은 성격 검사에 일어나고 있는 과정입니다. (The Convers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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