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인지과학자 라파엘 누네즈와 대학원생 켄지 코퍼리더는 파푸아뉴기니의 산악지대에 유프노 밸리에 사는 약 5,000 명의 원주민의 특별한 시간관념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지구상의 다른 종족과는 다른 방식으로 과거와 미래를 이야기합니다.
서구식 시간관념에서는 미래는 우리의 앞에 펼쳐져 있고, 과거는 우리의 뒤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고 지나간 기억을 더듬습니다. 그러나 이런 시간과 공간의 연계는 종족에 따라 다릅니다. 안데스의 아이마라(Aymara)족에게 미래는 뒤에 있고, 과거는 앞에 놓여 있습니다.
유프노 원주민은 이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미래와 과거를 말합니다. 이들은 전기와 도로가 없는 곳에 살고 있습니다. 높은 산으로 둘러쌓인 곳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살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이 그들의 시공간 연계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들에게 과거는 내리막길이고 미래는 오르막길입니다.
그러나 이들 종족이 가진 독특함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누네즈와 코퍼리더는 이들이 무언가를 가리킬 때, 서양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가리킨다는 사실도 발견했습니다.
대부분의 서양인들은 물건을 가리킬 때 검지를 이용합니다. 때로 손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을 때에만 머리나 팔꿈치를 이용합니다. 그러나 유프노 사람들은 코를 찡그리는 방식으로 물건을 가리킵니다. 2012년 발표된 논문은 이 동작(S-action)을 아래와 같이 묘사합니다.
코를 이용한 지적질의 핵심은 코 양쪽의 근육을 수축시켜 윗입술이 올라가고 콧날개가 넓어지는 특징적인 얼굴형태를 만드는 것이다.
누네즈와 코퍼리더는 이들을 연구하기 위해 특별한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두 사람이 서로 협력해 여러 색깔을가진 블록을 특정한 형태로 쌓는 게임으로 이를 위해서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계속 대상을 가리켜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 실험에서도 유프노 사람들은 손가락보다 코를 더 많이 사용했습니다.
물론, 물건을 가리킬 때 검지 외에 다른 몸짓을 사용하는 다양한 민족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파나마, 라오스, 그리고 호주,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의 일부 원주민들은 눈으로 물건을 주시하며 입술을 앞으로 내미는 방식으로 대상을 가리킵니다. 한 연구는 아랍어, 불가리아어, 한국어, 흑인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중에는 머리를 이용해 물건을 가리키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어쩌면 인류의 조상들은 물건을 가리키기 위해 매우 다양한 몸짓을 취했을 수 있음을 말해줍니다. 그리고 각 문화권에 따라 특정 몸짓이 주요한 몸짓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유프노 인들은 왜 코를 이용하는 이런 특별한 몸짓을 발전시켰을까요? 누네즈는 그 이유가 어쩌면 그들의 매우 과묵한 습관과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고 추측합니다. 누네즈는 어느날, 25명의 아이들과 함께 숲 속을 걸어간 적이 있습니다. 그는 그들이 매우 조용하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30분 내내, 아이들은 속삭였습니다. 그는 곧, 유프노 사람들은 모두 종종 속삭인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어쩌면 코를 이용해 무언가를 가리키는 것이 손을 이용하는 것보다 남의 눈에 덜 띄는 것이 그 이유일지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이 마을에서는 누가 누구에게 언제 무엇을 말하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드러나지 않는 것이 좋은 수많은 경우들이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가설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질문이 떠오릅니다. 왜 서양인들은 이런 다양한 몸짓을 모두 잊었을까요?
누네즈는 이 질문에 대해, 어쩌면 여전히 그 진화는 진행 중일거라고 말합니다. 오늘날 수백명 앞에서 발표하는 사람은 어떤 대상을 가리키기 위해 레이저 포인터를 이용합니다.
“25미터 떨어진 물건을 가리키는 일에는 신체의 어떤 부위도 쓸모없을 겁니다. 21세기 우리는 우리의 조상들이 가졌던 것과 똑같은 질문에 대해 새로운 답을 찾고 있는 겁니다. 그 질문은 바로 ‘어떻게 하면 바로 이 물건에 상대방이 주목하게 할 수 있을까’입니다.”
(Phenom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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