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아스팔트 위에 광고를 새겨도 괜찮을까요? 호주 파라마타 시 의회가 최근 도로 바닥에 광고물을 넣는 계획을 허용했습니다. 지자체가 돈을 벌겠다는 발상 자체는 매력적입니다만, 호주 교통부 장관 덩컨 게이와 도로안전국 관계자들은 이 계획에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운전자의 주의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중앙 정부가 나서자 도로 노면 광고 계획은 일단 보류되었고 더 여론을 수렴한 후 존폐가 결정될 예정입니다.
도로 노면 광고 아이디어를 처음 냈던 광고회사 <로드 애즈>는 노면 광고가 안전하다고 주장합니다. 교차로나 급회전 구간 같은 사고 위험 지역에는 설치되지 않는다는 거죠. 무엇보다 운전자의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지 않고 정면을 바라보게 하므로 오히려 다른 고속도로 옥외 광고보다 더 안전하다고 얘기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우리가 어떤 대상을 본다는 것은 그 대상을 향해 시선을 맞춘다는 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 아래 동영상을 한 번 보세요. 흰색 옷을 입은 팀이 몇 번이나 패스하는지 맞춰보길 바랍니다. (스포일러가 있으므로 아래 글을 읽지 말고 보세요.)
심리학자 다니엘 시먼스와 크리스토퍼 차브리스가 고안한 이 영상은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라는 것이 뭔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인간은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인데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인식하지 못합니다. 저 동영상을 본 사람 중 약 50% 정도는 결과를 보고 놀랍니다.
인간의 뇌가 한순간에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 사람이 시선을 고정한다고 해서 그 관찰 대상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오히려 그 대상을 똑바로 바라볼수록 ‘무주의 맹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인간의 뇌가 뭔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는 그 집중하는 대상 주변에 있는 것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겁니다. 아무리 가까이 있더라도 말이죠.
도드라지게 표시를 낸다고 해서 무주의 맹시를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직접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피실험자에게 흑백으로 된 동영상을 보여주고 혹시 빨간 물체를 보았느냐고 물었지요. 분명히 5초 동안 빨간 물체가 등장하는 장면이 있었지만, 딴생각을 하고 있던 피실험자 대부분은 그 물체를 보지 못했습니다. 이른바 “눈뜨고도 못 보는 실수(looked-but-failed-to-see)”입니다.
교통사고 가운데 상당수가 이런 무주의 맹시로 인해 발생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만약 도로 바닥에 광고물이 그려진다면 운전자는 그 광고물을 보느라 주변의 다른 사물(깜빡이, 자전거, 도로에 뛰어드는 아이)을 놓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자체가 수입을 올리려는 의도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윤 추구 때문에 도로 교통사고를 유발할 잠재적 위험을 ‘눈뜨고도 못 보는’일은 없어야 겠습니다.
[역자주: 이 글을 쓴 스티븐 모스트는 호주 UNSW대 심리학 교수입니다.]
출처 : The Convers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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