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업 시간이) 늦을수록 더 좋다. (the later the start, the better.) 지난 3년간 학생들의 등교 시간을 결정하는 첫 수업시간을 이른 아침으로 앞당기느냐, 조금 늦은 아침으로 미루느냐를 두고 진행된 다양한 연구 결과가 대체로 일관되게 내린 결론입니다.
10대 청소년들은 생물학적 주기에 따라 신체 리듬에 변화가 생기는데, 그 가운데 가장 뚜렷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뇌 속 멜라토닌의 변화입니다. 이로 인해 청소년들은 밤에 더 늦게까지 깨어있는 대신 아침에는 좀 더 충분히 자야 하는 리듬에 익숙해집니다. 보통 이런 변화는 13살 즈음 시작하여 계속 강화되고, 18살 전후로 정점을 찍습니다. 이런 신체 리듬의 변화는 당연히 청소년들의 학업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미네소타 대학의 왈스트롬(Kyla Wahlstrom) 교수가 미국 8개 공립 고등학교 학생 9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를 보면, 아침 첫 수업이 8시 35분이나 이후에 시작했을 때 학생들의 평균 성적이 4점 만점 학점으로 환산했을 때 약 0.25점 올랐습니다. 이런 결과는 공군사관학교(U.S. Air Force Academy) 1학년 생도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나타났고,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한 학군(school district)에서 통학버스 스케줄 문제로 인해 학생들의 등교시간이 달라질 수밖에 없어 빚어진 실제 시험 결과를 봐도 아침잠을 더 푹 자고 학교에 늦게 갈 수 있었던 학생들의 수학과 독해 성적이 높았습니다. 또한 부수적인 효과지만 중요한 결과로 출석률이 높아졌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등교가 늦춰질수록 긍정적인 효과도 더 컸는데, 예를 들어 똑같이 30분을 늦추더라도 아침 7시 15분 등교를 7시 45분으로 늦췄을 때보다 7시 반 등교를 8시로 늦췄을 때 긍정적인 효과가 더 컸습니다. 미국 뿐 아니라 브라질과 이탈리아, 이스라엘 등에서 실시한 비슷한 실험 결과도 대체로 일치했는데, 핵심은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충분한 수면 시간을 보장해주는 것입니다. 필요한 수면 시간이란 적어도 하루에 8시간, 가능하다면 이상적으로는 9시간입니다.
등교 시간을 늦추자는 의견에 반대하는 이들이 꼽는 근거로 수업이 오후 늦게 끝나면 학생들이 방과 후 활동을 잘 못하거나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어려울 거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왈스트롬 교수는 이런 주장이 근거가 부족하다며, 많은 학군들이 한 번 등교 시간을 늦추면 여기에 만족해 이를 좀처럼 되돌리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고등학교와 초등학교, 유치원으로 순차적으로 짜여있던 통학버스 배차 일정이 어그러지기 때문에 문제라는 의견에도 해결책이 있습니다. 10대 청소년들에 비해 어린이들은 더 이른 시간에 무언가를 배우기를 좋아하고 학습 능력도 높습니다. 학군 전체의 학교와 학부모들 사이에 합의만 이뤄진다면, 초등학교 등하교시간을 앞당기고 반대로 중등, 고등학교 등하교시간을 늦추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겁니다. (Scientific Ameri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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