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은 머릿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본 경험이 있을겁니다. 우리는 슈퍼마켓에서 내가 뭔가를 사려고 했었다는 생각이 든 후, ‘우유!’ 라는 내면의 소리를 듣습니다. 또 오후에 있을 상사와의 중요한 회의에 앞서, 그와의 대화를 머릿속으로 미리 예상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심리학자들이 “내면의 소리(inner speech)”라고 부르는 현상입니다. 심리학이 발달하던 초기부터 이 현상은 연구의 대상이었습니다. 1930년대, 러시아의 심리학자 레브 비고츠키는 이 현상이 “외적” 발성이 내면화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주장이 맞다면, 우리는 말할 때 사용하는 뇌 영역을 이용해 내면의 소리 역시 낼 것입니다.
내면의 소리가 발생할 때 후두부에 미묘한 근육의 움직임이 있다는 사실은 근전도계 등을 이용해 이미 백 년 전에 밝혀졌습니다. 90년대에 이루어진 뇌 이미지 연구 역시 발성에 사용되는 브로카 영역이 내면의 소리가 발생할 때에도 활성화된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브로카 영역을 억제했을 때, 발성과 내면의 소리도 모두 억제되었습니다.
이런 결과들은 내면의 소리가 발성과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라는 비고츠키의 주장을 확인해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는, 위의 실험들에서 내면의 소리를 흉내내기 위해 시킨 행위들이 실제 우리가 느끼는 내면의 소리가 아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실험에서 내면의 소리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흉내내어 졌습니다. 즉, 참여자들은 어떤 문장을 머릿속으로 반복하거나 컴퓨터 화면에 뜨는 단어들을 머릿속으로 읽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 흉내와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곧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우유!’와 같은 소리, 또는 저절로 머릿속에서 연상되는 상사와의 대화는 서로 다른 현상입니다. 즉, 내면의 소리는 복잡할 뿐 아니라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내면의 목소리를 이해하는 것은 왜 그렇게 중요한 일일까요?
한 가지 이유는 내면의 목소리를 이해하는 것이 다른 인간 내면의 경험을 이해하기 위한 첫 걸음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심리학자들은 환청(hearing voices)을 내면의 목소리의 일종이지만 자신이 그것을 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이라고 주장합니다. (물론 이와는 다른 그럴듯한 설명 역시 존재합니다.) 뇌과학자들의 뇌이미지에서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즉 환청과 내면의 목소리는 같은 뇌 영역을 사용했습니다.
물론 우리가 내면의 목소리와 환청의 진정한 차이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내면의 목소리가 어떻게 해서 환청이 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내면의 목소리에 대한 정보가 더 필요합니다. 최근 핀란드의 연구진은 이 질문에 단서가 될 수 있는 한 가지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그들은 환청과 내면의 목소리 사이에 운동영역을 담당하는 뇌의 SMA 영역이 다르게 활동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곧, 환청에서는 SMA 영역이 극히 적은 활동을 보였습니다. 이는 운동영역에서의 신호가 자신의 행동을 감지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앞서의 이론을 지지하는 결과입니다.
물론 우리가 환청을 연구하는 이유가, 환청이 일어날 때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만을 알고자 함은 아닙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환청으로 고생하는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결과를 얻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다시, 내면의 목소리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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