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주) “위대한 철학자 시리즈”는 알랭 드 보통이 시작한 어른들의 학교인 ‘인생 학교’ (The School of Life) 블로그 에 연재되는 철학자 소개 시리즈입니다. 인생학교에서 시작한 인터넷 신문 “철학자의 편지(The Philosopher’s mail)”에도 실리고 있지요. 이 중 흥미로운 글 몇 개를 뉴스페퍼민트에서도 소개할 예정입니다.
기원전 341년 터키 동쪽 사모스섬에서 태어난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철학자였습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행복(Happiness, 역자주: 에피쿠로스의 철학은 일반적으로 ‘쾌락’으로 번역되나 육체적 쾌락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정신적 쾌락도 같이 연구하기에 행복으로 번역하였습니다)에 관한 끊임없는 탐구였습니다. 기존의 철학자들이 ‘어떻게 옳은 삶을 살 것인가’ 에 관심을 가졌다면 에피쿠로스는 개인의 입장에서 ‘어떻게 행복해질 것인가’를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철학자는 처음이었고, 그가 행복을 연구하는 학원 (School for Happiness) 까지 차리자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티모크라테스는 에피쿠로스가 소파에 누워 노예들이 먹여주는 호사스러운 고기와 생선 요리 따위를 먹느라 하루에 두번씩 토할 것으로 예상했지요. 스토아학파의 디오티쿠스는 에피크로스가 술에 취해 쓴 편지라며 어린 학생들을 성적으로 모욕한 편지 50장을 공개했습니다. “에피쿠로스 같다” (Epicurean)는 표현은 아직도 흥청망청하는 낭비를 수식하는 데 쓰입니다.
그러나 진짜 에피쿠로스 철학을 들여다보면 수박 겉핡기식 자극적인 묘사보다 훨씬 깊이가 있고 흥미롭습니다. 그는 비싼 음식과 파티보다 소박한 빵과 올리브를 먹으며 살았고 행복과 쾌락이 무엇일까 연구하며 살았지요. 그가 내린 행복을 위한 조건을 아래에 소개합니다. 그는 먼저 사람들이 흔히 다음과 같은 착각을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1. 사람들은 행복을 위해 연인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사람들은 사랑에 집착합니다. 그러나 에피쿠로스는 사랑과 행복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합니다. 사랑은 질투, 오해, 상처를 동반합니다. 섹스는 언제나 복잡한 문제를 동반하며 종종 순수한 마음에 도움이 되기 보다는 해를 입힙니다. 에피쿠로스는 연인관계에 너무 기대어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대신 예의바르고, 합리적이며, 집착하거나 잔소리하지않는 친구를 찾으라 말하죠. 물론 문제는, 우리가 친구들을 만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가족과 일을 친구들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친구들을 만날 시간을 찾기 힘듭니다. 그들은 보통 멀리 살고 있지요.
2. 사람들은 행복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사람들은 사회적 성공에 집착하고 금전적 보상과 인정을 받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에피쿠로스는 회사생활이 질투심과 야망을 양산할 뿐이라고 말합니다. 일이 정말 만족스려우려면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거나 작은 그룹으로 의미있는 일에 종사해야합니다. 내가 세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기분만큼이나 뿌듯한게 없죠.
3. 호사스러운 것들이 전부가 아닙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집과 근사하게 꾸며진 방, 멋진 전경을 꿈꾸죠. 아름다운 곳으로 여행을 가고 다른 이들이 우리를 부러워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에피쿠로스는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것은 고요한 평화라고 주장합니다. 이 평화는 내마음의 불안과 걱정들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데서 찾아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읽고, 쓰고, 내말에 귀기울여줄 누군가를 두고 있어야하죠. 내 말을 주의깊게 들어주는 사려깊은 사람을 에피쿠로스는 철학자라 불렀지만 현대의 우리는 이를 테라피스트(상담심리학자) 라고 부릅니다.
에피쿠로스는 새로운 실험을 합니다.
먼저 친구들과 살기로 하죠. 그는 아테네 바깥에 그와 친구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각자의 방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거실이 있어 식사를 같이하고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죠. 세계 최초의 코뮨(Commune: 사회 공동체)이었을 겁니다.
둘째, 이 코뮨에서는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지 않습니다. 농사, 요리, 가구와 예술 등 경제적 동기가 아니라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죠.
셋째, 에피쿠로스와 친구들은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각자의 불안을 묵상하고 분석해보는 시간을 매일 가집니다. 철학에서 나오는 위대한 질문들에 대답하려 했죠.
에피쿠로스의 실험은 큰 반향을 얻어 지중해 근방에서 수천명의 신도(followers) 를 낳았습니다. 5세기 기독교인들의 박해가 시작될 때까지 이들은 공동체를 이루고 살았죠. 에피쿠로스의 철학은 현대사회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칼 마르크스역시 에피쿠로스를 연구했고, 공산주의는 에피쿠로니즘에서 발전한 – 물론 다소 권위적으로, 그리고 쾌락이 덜한 방향으로 바뀌었지만요 – 형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행복에 대해 우리가 생각할 때, 에피쿠로스가 행복에 대한 세가지 환상으로 연인, 직업적 성공, 럭셔리를 뽑았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한 일입니다. 맥주 광고는 친구들이 껴안은 장면을 보여주면서 행복을 광고합니다. 진짜 파는 건 맥주일지라도요. 고급 손목시계는 잘나가는 직장인의 이미지를 판매합니다. 진짜 중요한 건 하는 일 자체에의 만족인데도 불구하구요. 아름다운 열대해안광고는 평화를 가져다줄 듯 하나 진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마음의 평화입니다. 우리는 철학으로 돌아가 진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할 겁니다. (The Philosopher’s 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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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철학적 사고를 취급하는 인터넷싸이트가 있군요! ! 이런 종류의 내용을 다루는 싸이트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이런 좋은 글을 찾아 올리는 뉴스페퍼민트가 대단합니다. 찬사를 보냅니다. 알마비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