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이자 학자인 에바 호프만은 폴란드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왔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두 언어가 일으키는 차이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내가 피아니스트가 돼야 했을까?'(영어로 물었을 때)
‘아니, 그렇지 않아. 나는 할 수 없었을 거야.’
‘내가 피아니스트가 돼야 했을까?'(폴란드어로 물었을 때)
‘그래, 나는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고 피아니스트가 되었어야만 해.’
우리는 언어란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일 뿐 그 내용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 두 언어를 사용하는 많은 이들은 자신에게 모국어가 더 감정을 일으킨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2개국어를 사용하는 어떤 심리치료사는 감정을 충분히 싣고 싶을 때는 자신의 언어로, 반대로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고 싶을 때는 다른 언어를 사용합니다. 이런 효과를 “외국어 효과(Foreign Language Effect)”라고 합니다.
언어에 따라 사람들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가집니다. 만약 연인이 각자 모국어가 다르다면, 이들의 감정을 조율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두 나라가 외교에 있어 어떤 언어를 선택하느냐가 두 나라의 손익을 결정지을 수 있습니다.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한 사람이 생각하는 옳고 그름이 언어에 따라 바뀔 수 있습니다.
외국어 효과는 그 언어가 사용되는 문화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어와 영어에 능숙한 이의 자존감을 측정할 경우 중국어를 사용하게 했을 때 자존감은 더 낮게 나타났으며, 이는 겸손함을 높게 평가하는 중국문화의 영향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문화가 전부는 아닙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인간의 비이성적 판단을 측정합니다. 이중언어 사용자에게 이를 측정하고 이들에게 자신의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사용하게 했을 때 이들은 더 논리적인 답을 끌어냈습니다.
스페인의 한 대학이 올해 보인 결과는 이 “외국어 효과”가 도덕적 판단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유명한 트롤리 문제를 이용했습니다. 트롤리란 기차선로를 달리는 작은 화차를 말하는 것으로, 이 문제에서 사람들은 다음 질문을 받게 됩니다. 그들은 기차의 선로를 조작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달려오는 트롤리는 5명의 인부를 향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트롤리의 방향을 바꿀 경우 트롤리는 다른 선로의 1명을 치게 됩니다. 사람들에게 선로를 바꿀지 물었을 때, 약 70%의 사람들은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제 문제를 조금 바꾸어 봅시다. 당신은 스위치로 선로를 바꾸는 대신, 당신 옆의 덩치 큰 사람을 선로로 밀어 트롤리를 멈출 수 있습니다. 이때도 한 명을 희생해 5명을 구하는 것은 같습니다. 그러나 이 질문에는 대체로 12~20%의 사람들만이 자신이 직접 옆 사람을 밀겠다고 말합니다.
하버드의 조슈아 그린은 위의 질문에 대해 사람들의 뇌 영상을 촬영하였고, 첫 번째 질문에서는 사람들의 이성적 판단 영역이 활성화되는 반면, 두 번째 질문에서는 감정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한 바 있습니다.
스페인의 연구진은 위의 트롤리 질문을 이중언어 사용자에게 던졌습니다. 그 결과 두 번째 질문을 모국어로 던졌을 때 옆 사람을 밀겠다는 답은 20%였던 반면, 외국어로 던졌을 때는 33%가 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즉 이들은 “외국어 효과”에 의해 감정 영역을 덜 활성화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결과는 다른 방식으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곧, 모국어로 이 이야기가 주어졌을 때 참가자는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들이 같은 친족이라 느꼈을 수 있습니다. 반면, 외국어는 이들을 나와 무관한 사람들이라고 느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트롤리 질문에서 인부의 국적을 특정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매우 복잡했습니다.
어쨌거나 이런 실험들은 인간의 보다 근본적인 특성에 관해 한 가지 설명을 제공합니다. 곧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연인이 우리의 단점을 지적할 때는 화를 내지만 동료가 이를 지적하면 먼저 사과합니다. 어떤 철학자들은 인간이 일관성 있는 자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도 말합니다. 아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소를 잘 이해하고 이들에 대비하는 것뿐일 겁니다.
(Scientific Ameri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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