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차대전에 발발한 지 100년이 흘렀어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 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왜 인간이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지를 이야기할 적절한 때라고 생각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전쟁은 사람들이 아니라 정부에 의해 시작됩니다. 그리고 역시 대부분의 경우, 전쟁의 원인은 국가의 자원과 땅에 대한 욕심이거나 단순히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려는 야망입니다. 그러나 전쟁의 역사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대중들이 전쟁을 기꺼이 원했으며, 적어도 그 전쟁을 지지했었다는 점입니다.
영국이 처음 1차대전에 참전했던 1914년 8월, 수많은 군중들이 버킹엄 궁을 둘러싸고 환호했습니다. 이 환호는 전 유럽을 휩쓸었습니다. 1차대전에 대한 독일 시민들의 반응을 역사가 알랜 불록(Alan Bullock)은 다음과 같이 묘사했습니다.
“온 국가가 다시 없을 정도로 하나가 되었다. 이런 극도의 애국심을 경험한 이들은 이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전쟁이 이렇게 자주 발생하는 이유를 전쟁이 가진 긍정적인 심리적 효과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쟁은 한 집단을 위협에 맞서 하나가 되게 만듭니다. 전쟁은 공동의 목표를 향해 집단을 단결시키며 모든 시민들이 공동의 선을 위해 명예롭게, 이타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는 사람들의 삶에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며 단조로운 일상을 벗어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전쟁은 또 평범한 생활에서는 발휘하지 못했던 용기와 자기희생과 같은 고귀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이런 논리는 마치 인간이 전쟁을 즐기기 때문에 전쟁을 한다고 주장하는 듯 합니다. 최근 몇 달동안 시리아와의 전쟁에 자원한 영국 젊은이들의 숫자를 볼 때 이 말은 사실로 보입니다. 이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친구 무슬림들을 위해 싸운다고 믿고 있지만, 실은 윌리엄 제임스가 묘사했던 일체감과 명예감 전장에서 느끼고, 이를 통해 보다 살아있는 느낌을 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임스는 인간이 전쟁만큼의 긍정적인 효과는 주지만, 전쟁과 같은 피해는 남기지 않는 어떤 활동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를 “전쟁의 도덕적 동등물(the moral equivalent of war)”이라고 불렀습니다. 즉, 우리는 참여한 이들에게 소속감과 목적의식을 주고, 이를 통해 살아있는 느낌을 줄 수 있는 다른 매력적인 활동을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영국이나 미국과 같이 안정되고 평화로우며 경제적으로 발달한 나라에서는, 삶이 다양한 모습을 가지며 이런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스포츠, 직장, 유흥, 취미 등의 다양한 활동들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삶이 더 고달프고 가난과 정치적 억압이 상존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이 결여된 나라에서는 이런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전쟁은 윌리엄 제임스가 말했던 일체감이나 목적의식과 같은 “상위 수준의 힘(higher plane of power)”을 이끄는 심리적 긍정의식을 주는 최악의 활동입니다. 그러나 이런 욕망이 채워지지 않는 상태에서, 그들의 적이나 억압자가 빤히 눈에 보인다면 전쟁은 반드시 일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의 논리가 전쟁이 이유없이 일어난다든지, 전쟁과 관련된 다른 사회적, 심리적 요소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그의 이론은 인류가 안정되고 지속적인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욕구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발전된 사회를 만들어야 함을 말해줍니다. 그러나 아직 세계에는 이를 이루지 못한 수많은 나라들이 있으며, 이는 우리의 미래가 여전히 어둡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Guardian)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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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사의 영원한 화두에 답 하나를 던졌군요. 좋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