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과학

왜 사람들은 도시전설을 그렇게 좋아할까요?

세상에는 우리를 두려움에 빠뜨리는 많은 도시전설들이 있습니다. 아마 당신은 온라인에서 사랑에 빠진 두 남녀가 실제로 만나보니 그들이 아버지와 딸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또는 머리 숱이 너무 많은 어떤 여성이 머리 속에 살던 독거미에게 물려죽었다는 이야기도요. 한 밤 중에 아기가 우는 소리가 날 때 문을 열고 나가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도 들어보았을 겁니다. 그 아기소리가 연쇄살인범이 사람들이 문을 열게 하기 위해 틀어놓은 녹음 소리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함께요.

이런 이야기들은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직접 입으로 전해지기도 하며, 이메일이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전달됩니다. 이 이야기들은 스스로 진화하고 퍼져 나가며, 어떤 이야기들은 공포영화의 소재가 됩니다. 영화 “캔디맨”은 거울 앞에서 그 이름을 다섯 번 부르면 등장한다는 “블러디 메리”이야기를 소재로 삼았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우리는 도시전설이라 부르며 영문 사이트 snopes.com 에는 이 이야기들의 진위여부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때로 어떤 도시전설은 사람들의 공포와 불신을 조장함으로써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돈카스터(Doncaster) 지방의 한 중국 음식점은 나이든 경주용 개에 달려있던 마이크로칩이 요리에서 나왔다는 소문 때문에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도시전설들은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 쉽게 퍼지는 것일까요? 최근 영국 심리학논문지(Britich Journal of Psychology)에는 더함(Durham)대학의 연구진에 의해 이러한 도시전설과 우리 두뇌의 진화과정, 특히 학습과 기억, 그리고 정보를 다른 이들과 교류하는 능력이 관련되어 있다는 연구가 실렸습니다. 즉, 도시전설은 인간이 가진 두 가지 특성을 이용해 설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첫번째 특성은 우리가 우리의 생존에 중요한 정보를 주목하고 기억하도록 진화했다는 가설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특성은 인간의 지능이 사회적 관계와 사회적 상호작용을 기억하고 추적하기 위해 발달했다는 가설입니다. 이 가설들은 우리가 다소 믿을 수 없어 보이는 정보에 대해서도 그것이 우리의 생존에 관한 것이거나, 사회적 관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일 때 이를 귀 기울여 듣고,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는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이러한 인지적 특성이 도시전설의 전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밝히기 위해 연구진은 “귓속말 게임(Chinese Whispers)”이라는, 아이들이 귓속말로 차례차례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임을 이용했습니다. 보통 이 게임에서, 마지막 아이는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연구진은 실험의 참여자들에게 생존에 관련된 정보가 포함된 도시전설, 또는 사회적 관계에 대한 도시전설, 또는 이 둘 모두가 들어있는 도시전설을 읽게 하고 다시 자신의 기억에 바탕에 손으로 쓰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 결과를 다음 참여자에게 주는 방식으로 “귓속말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다른 실험에서는, 이들은 참여자에게 각 도시전설에 대한 짧은 설명을 주고, 어떤 이야기를 더 읽고 싶은지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각 도시전설을 읽게 한 뒤, 어떤 이야기를 더 다른 이에게 전하고 싶은지도 물었습니다.

이 실험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먼저, 생존 정보와 사회적 관계에 대한 정보는 모두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두 이야기 중에는 사회적 관계를 포함한 도시전설이 더 사람들에게 잘 기억되었고 전파되었습니다.

이 결과는 인간의 지능과 기억이 생존을 위해 진화했으리라는 기존의 학설보다, 다수가 모인 집단에서 복잡한 인간관계를 헤쳐나가기 위해 발달했다는 최신 이론을 더 지지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가 즐기는 수많은 이야기들, 곧 전설이나 우화, 소설, 드라마 등이 죽음이나 질병에 관한 것들이기보다 가족, 집안, 친구, 연인 등에 관한 이야기인 이유도 설명해줍니다.

(Conversation)

원문 보기

veritaholic

Recent Posts

[뉴페@스프] 경합지 잡긴 잡아야 하는데… 바이든의 딜레마, 돌파구 있을까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3 일 ago

데이트 상대로 ‘심리 상담’ 받는 사람을 선호한다고? 운동만 자기 관리가 아니다

보스턴 대학에서 일하는 정신과 의사가 ‘자녀의 정신 건강에 과몰입하는 미국 부모들’에 대한 칼럼을 기고 했습니다.…

3 일 ago

[뉴페@스프] 습관처럼 익숙한 것 너머를 쳐다볼 때 비로소 보이는 것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6 일 ago

‘사이다 발언’에 박수 갈채? 그에 앞서 생각해 볼 두 가지 용기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테러 공격을 벌인 뒤 그에 대한 반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 작전…

6 일 ago

[뉴페@스프] 점점 더 커지는 불평등의 ‘사각지대’가 있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2 주 ago

선거제 허점 악용해도 견제할 방법, 저기도 없네?!

미국 대선에서는 주별로 배정된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를 집계해 과반(최소 270명)을 득표한 사람이 당선됩니다. 선거인단을 어떻게…

2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