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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의 개발 정책, 미국 기독교 단체들의 손에?

최근 우간다에서 반동성애자법이 제정된 과정에 미국 선교 단체들의 입김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기는 했지만, 이는 사실 잘 알려지지 않은 거대한 빙산의 일각입니다.

제가 어린 시절을 보낸 서부 우간다의 농촌에서는 구할 수 있는 책이 성경뿐이었습니다. 소 떼를 돌보면서 성경을 읽고 또 읽었죠. 저는 미국에 건너와 공부를 마치고 일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교회에 나갔습니다. 아프리카로 파견될 봉사 인력을 모으고, 기부금을 끌어내기 위해 사람들 앞에서 이른바 “에이즈 고아”로 살아온 제 이야기를 나눈 적도 많았죠. 그러나 어느 순간 저는 제가 하는 일이 “서구가 아프리카를 구할 수 있다”는 해로운 인식을 재생산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10여 년 만에 우간다로 돌아왔을 때 저는 미국 전역에서, 그리고 내 안에서도 그 권위를 상실해 가고 있는 기독교 복음주의 단체들이 정작 나의 고국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저는 고향 마을의 유일한 정식 건물인 교회에서 열린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맵시나는 양복을 갖춰 입은 목사는 마을 사람들이 열망하는 물질적 부를 온몸으로 상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HIV/에이즈로 신음하는 마을에서, 이 질병은 비도덕적이고 무책임한 성관계 때문에 생긴 것이고 기도해야만 나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성난 열변을 토하는 목사의 모습에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느님과 물질적인 성공을 결부시키는 선교 단체의 이른바 “번영 복음”은 가난과 불평등으로 고통받는 우간다 사람들에게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전 국민의 85% 정도가 크리스천인 우간다에서 25-30% 정도가 이런 식의 복음주의 운동의 대열에 들어갔으니, 그 영향력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미의 선교사들이 우간다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였습니다. 학교와 보건소, 고아원 등을 운영하면서 활동했고, 90년대 HIV/에이즈가 확산하던 시기에 이들의 선교 활동은 더욱 활발해졌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선교 단체들이 운영하는 NGO들은 그 어떤 비종교 계열 구호 단체들보다 돈도 많고 규모도 큽니다. 미국 정부의 지원금을 확보하는 일에도 아주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탐스 슈즈 등 유수의 비종교 구호 단체들과도 협업 관계를 구축해가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비종교 단체들도 지나친 메시지의 단순화와 같은 선교 단체들의 비윤리적 전략을 그대로 배우거나, 1대 1 아동 결연과 같이 손쉽지만 지역 사회의 자생적 발전에 도움이 안 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선교 단체들과 우간다 정부 간 사이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릭 워렌(Rick Warren)과 같은 인사나 월드비전과 같은 기독교 단체들이 정부의 공식 포럼에 초청받고, 직접적인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지 않으면서도 정부의 지원이나 세제 혜택을 누리는 일도 잦아졌습니다. 반면 비종교 단체들은 엄격한 정부 규제 속에, 정치 문제나 특정 사안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감시를 받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선교 단체들이 각종 사회 복지 서비스를 독점하여 “민영화”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를 건너뛰니, 정부의 책임성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선교 단체들의 의도가 선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이 지속적인 시스템의 비효율과 구조적인 불평등의 고착이라는 의도치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사실도 분명히 지적되어야 합니다. 우간다가 청년 실업, 보건 서비스, 빈곤과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해외에서 들어오는 원조금은 정부 시스템을 강화하는 데 써야 합니다. NGO가 아닌 정부가 책임을 지고 국민들의 사회경제적 권리를 찾아주어야 합니다. 나는 우간다의 젊은이들이 한 때의 나처럼 교회에서 인생의 희망을 찾는 대신, 튼튼한 정부를 통해 공정한 삶의 기회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칼럼의 필자 제임스 카사가 아리나이트웨의 트위터 계정 @JamesArinaitwe ) (Al Jaze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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