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따라 식사 때 마시는 물 온도가 다르다는 사실은 익히 잘 알려졌습니다. 예를 들어 아시아인의 밥상에는 김이 서린 따뜻한 차가 놓입니다. 반면 유럽에선 물 온도를 실내 온도와 비슷하게 맞춥니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선 주로 얼음물을 마십니다.
이런 게 뭐 중요하냐 싶겠지만, 프랑스 국립 농경제연구소(ENSAT)와 미국 아칸소대학 연구팀은 공동으로 이 현상을 연구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식사 중 마시는 물 온도와 해당 음식 맛을 느끼는 정도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먼저, 시원한 물이나 찬 얼음물을 식사 때 마시면 원래 음식의 단맛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 결과, 음식은 원래의 맛을 잃고 다소 밋밋하게 느껴집니다. 반대로 물을 실내 온도 이상으로 데워 식사와 함께 마시면, 음식의 단맛이 더 강해집니다. 예를 들어 따뜻한 음료를 마시면서 초콜릿을 먹으면, 얼음물과 함께 마실 때보다 강하게 맛을 인지할 수 있어 더 달다고 느끼게 됩니다. 한편 짠맛, 쓴맛을 느끼는 능력에 관해서는 물 온도는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실험 결과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물 온도는 음식의 단맛을 느끼는 정도에 영향을 주며, 물 온도가 높아지면 단 음식이 더 달게 느껴집니다.
흥미로운 점은, 왜 미국인이 그토록 단 음식을 과다섭취하는지를 이 연구 결과가 부분적으로나마 설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뒤집어보면 왜 아시아인은 굳이 단 것에 집착하지 않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이 연구는 왜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단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다른지를 종합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다양한 문화와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 앞으로 더 필요합니다. 그 뒤 언젠가 이 연구는 인류가 설탕 중독과 싸워 이길 수 있는 무기로 쓰일 수 있을 것입니다. (Le Tem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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