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 미국프로농구(NBA)의 최고 스타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가 친정팀 클리블랜드(Cleveland Cavaliers)로 복귀한다는 소식을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ports Illustrated, SI) 지가 단독으로 보도했습니다. 아마도 올여름 가장 중요한 이적 소식을 단독으로 보도한 건 대단한 일이지만,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가 기사를 쓴 방식을 두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사실관계와 함께 뉴욕타임스가 이에 대해 쓴 기사를 소개합니다.
르브론 제임스의 복귀를 전한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의 단독 보도로 ESPN을 비롯한 모든 타 언론사들은 시쳇말로 물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단독 보도’라는 제목 아래 소개된 기사는 실은 기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952단어로 된 제임스의 인터뷰 전문이었습니다. 특종 기사는 기자와 주고받은 질문과 답변을 갈무리한 형식도 아니고, 제임스가 팬들에게 쓴 공개편지나 제임스가 낸 보도자료에 가까워 보입니다. 젠킨스(Lee Jenkins) 기자의 이름은 기사를 쓴 사람이 아니라 듣고 받아적은 사람으로 소개됐습니다. 기사를 쓴 사람은? 당연히 르브론 제임스 본인입니다. (바이라인은 “By LeBron James (As told to Lee Jenkins)”라고 되어있습니다) 제임스의 말을 가감 없이 그대로 싣자고 한 건 젠킨스 기자의 아이디어였다고 합니다. 지난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가 브루클린 넷츠 소속 콜린스(Jason Collins)의 커밍아웃을 특종 보도할 때 썼던 방식이기도 하죠. 그러나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의 이번 보도는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하고 제임스의 홍보대행사를 자처한 처사입니다. 설사 제임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절대 빠트릴 수 없는 중요한 맥락과 단어로 가득했다고 해도, 기사라면 이런 말이 나온 배경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반응이나 이 일이 불러올 영향을 짚어줬어야 합니다.
“제게 가장 중요한 건 제임스의 말이었습니다. 내가 보태는 설명은 사족이에요. 제가 제임스와 대화를 나누며 던진 질문들을 빼고 제임스가 한 말을 최대한 맥락에 맞춰 구성해놓고 보니 그 자체로 훌륭한 기사라고 판단했습니다.” 젠킨스는 자신의 선택이 이 소식을 전하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편집국의 생각도 다르지 않습니다. 스톤(Christian Stone) 편집국장은 “이런 경우에는 당사자가 모든 말을 하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훌륭히 수행한 저널리즘의 본보기가 될 만한 기사”라고 젠킨스의 결정을 지지했습니다.
그러나 젠킨스가 제임스의 말 가운데 중요한 것만 추려내고 남는 자리에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사실들을 더해 기사를 구성했다면, 훨씬 더 훌륭한 기사를 쓸 수 있었을 겁니다. 젠킨스가 한 방식으로 쓰는 기사가 보편화한다면, 이는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물론이고 여러 언론사 내부의 역할에도 변화를 몰고 올 사건입니다. 실제로 이번 기사가 나가기까지 편집국은 제임스가 어떤 말을 했는지 미리 알고 있지 않았고, 젠킨스가 제임스의 인터뷰 전문을 앞뒤 맥락 설명 없이 그대로 실을 생각이라는 것도 기사가 나가기 2시간 전에 알았습니다. 편집장은 제임스가 인터뷰 대가로 돈을 받지도 않았으며, 잡지사에 특정 부분을 강조해달라거나 이 말을 꼭 실어달라는 부탁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어디에도 구속받지 않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트 편집국의 결정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그런 사실이 제임스의 말을 정제하고 재구성해 독자들에게 더 친절하게 소개할 수 있는 언론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데 변명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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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낙종한 매체의 푸념 정도로 들리는데요? 지난 번 "The Decision" 때 ESPN이 온갖 난리를 친 걸 생각하면 이렇게 깔끔하게 내보낸 SI가 오히려 돋보입니다.
낙종에 대한 아쉬움이 없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의 문제의식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이가 하는 말을 토씨 하나 빼지 않고 그대로 전하는 게 반드시 독자(또는 시청자)에게 가장 이를 잘 전달하는 건 아닐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