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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국교회의 전 수장, “죽을 권리”에 대한 입장을 바꾸다

영국 의회에서 조력사(assisted dying) 합법화 법안이 논의 중인 가운데 영국 국교회의 수장 캔터베리 대주교를 지낸 조지 캐리 박사가 조력사를 반대하던 기존 견해를 바꾸어 큰 파장이 예상됩니다. 캐리 전 대주교는 <데일리메일(Daily Mail)> 기고문을 통해 고정증후군(locked-in syndrome)을 앓으며 법정에서 “죽을 권리”를 주장했던 토니 닉린슨(Tony Nicklinson)의 고통을 가까이서 지켜본 후 생각을 바꾸었다고 밝혔습니다. 캐리는 “불필요한 고통이라는 현실 앞에 오랜 철학적 확신이 무너졌다”고 썼습니다. 가족들의 지지 속에 평화롭게 죽을 수 있는 자비를 구하는 한 인간을 보면서 자신이 연민이나 존엄보다 도그마와 독트린을 앞세웠던 것이 아닌가 돌아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성경을 다시 읽으며 연구한 결과, 조력사가 기독교 정신에 반하지 않는다고 믿게 되었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는 교회가 생명의 신성함을 가르치면서 오히려 고통과 괴로움을 옹호하고 있다며, 이는 성경의 핵심 주제 중 하나인 인간에 대한 사랑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더불어 의학과 약학의 발전 역시 자기 생각을 바꾸는데 이바지했다면서, 사람이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약물뿐 아니라 얼마 전까지는 고칠 수 없었던 병을 고치는 방법도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법이 의학의 발전 속도와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6개월 이상 살 수 없는 불치병 환자에게 치사량의 약물을 주입해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 허용됩니다. 환자는 필요한 정보를 모두 듣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정신 상태에 있어야 하며, 환자의 상태는 2명의 의사가 평가합니다. 영국 교회는 여전히 이 법안을 강경 반대하고 있습니다. “존엄사를 지지하는 종교 지도자들의 모임(Inter-Faith Leaders for Dignity in Dying)”을 이끌고 있는 랍비 조나단 도메인 박사는 “전 대주교의 말씀이 신학적 먼지로 뒤덮인 방에 불어온 한 줄기 상쾌한 바람과도 같다”며 “종교인이면서도 동시에 조력사를 지지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며 캐리의 지지 선언을 환영했습니다. 법안은 의회에서 논의와 투표를 거칠 예정이며, 자유민주당 소속인 노먼 램 보건부 장관은 법안을 지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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