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감을 앞두고 글이 잘 써지지 않아 씨름하던 중, 한 쪽 귀로 메이저리그 야구 중계방송을 듣게 됐습니다. 야구 해설가가 이렇게 말하는 게 들리더군요. “어린 투수니까 더 성장하도록 도와줘야 했었는데 말이지요.” 감독이 너무 성급히 투수를 교체했다는 비판이었습니다. 젊은 투수가 경험을 쌓고 발전할 수 있도록 그냥 던지게 놔두라는 주문이었죠.
이것을 듣고, “아아, 역시”라고 생각했습니다. 성장(成長)이란 말을 사용할 때 우리는 거기에 무슨 의미와 내용을 담는 것일까요. 아마도 힘이 더 세진다든가 노련해진다든가 진보했다는 뉘앙스를 담을 것입니다. 즉, 진화한다는 의미로 이 단어를 쓰는 것입니다. 이렇게 진화(進化)라는 의미로 성장이란 단어를 받아들일 경우, 성장이 멈춘다고 하는 것은 어떻게 인식될까요? 그것은 즉 진화가 멈췄다고 인식하게 됩니다. 더는 진보의 여지가 없다, 이렇게 선언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생물체에 성장이라는 단어를 이런 방식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경제활동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성장을 좋아하고, 성장하지 않는 것을 두려워하는 게 아닐까요.
이 세상은 그리고 정치와 정책은 왜 성장하는 경제에만 충실한 것일까. 성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집착은 어디에서 기원한 것일까. 이 점에 의문을 느껴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는 차에 성장이란 말에 은근히 포함된 진화의 뉘앙스가 문제가 아닌가 의심하게 됐습니다. 야구 중계 덕분에 다시금 환기됐습니다.
야구 해설자는 성장이라는 단어를 정확하게 사용했습니다. 젊은 투수에게 성장하길 바란다는 말은 더 잘하고 더 노련해지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경제가 성장한다고 말할 때, ‘성장’이라는 말의 본질에는 더 능숙해진다든지 더 영리해진다는 따위의 의미는 연관되어 있지 않습니다. 물론, 진화하는 경제는 성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성장하지 않는 어린 투수의 야구 인생은 확실히 무너질 것입니다. 하지만 성장하지 않는 경제가 무너진다고는 단언할 수 없습니다. 성장하지 않는 경제는 단순히 규모가 커지지 않았다는 얘기일 뿐입니다. 경제의 질이 좋아지지 않고 그저 규모만 크게 된다고 해서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경제에 대해 성장이란 말을 사용하면 혼란을 초래하게 됩니다. 경제에 관해서는 성장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것은 어떨까요. (아에라, 7월 8일)
역자주: 필자 하마노리코(浜矩子) 씨는 일본 도시샤대 경제학 교수로 아사히 신문 계열 주간지 <아에라>에 경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아에라>는 인터넷으로 원문보기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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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보니 그렇네요. 경제 팽창 정도가 보다 중립적일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