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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군의 과학자들, 유럽의 인간 뇌 프로젝트(Human Brain Project)에 반대하다

뇌의 신비를 풀어낼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동연구에 대해 100여 명 이상의 유수 과학자들이 이 프로젝트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며 참여를 거부했습니다.

지난해 유럽연합이 시작한 1조 7천억 원 규모의 인간 뇌 프로젝트(Human Brain Project, HBP)는 최신 뇌과학 지식을 슈퍼컴퓨터에 넣어 인간의 뇌를 시뮬레이션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80개 이상의 기관들이 10년을 내다보고 진행하고 있는 이 연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공동연구는 시작부터 삐걱거렸습니다. 다수의 연구자들은 아직 인간의 기술로는 사람의 뇌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 연구에 참여하기를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어떤 이들은 이 공동연구가 택하는 접근 방식의 문제와 낭비되는 비용을 지적하며 이 연구의 실패가 궁극적으로 뇌과학을 후퇴시킬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난 월요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에는 옥스포드, 캠브리지 등에 속한 과학자 130여 명이 서명한 편지가 전달되었습니다. 그 편지는 이 프로젝트를 크게 바꾸지 않는 한 그들이 이 연구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며 다른 이들에게도 지지를 호소할 것이라는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연구 자금을 담당하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담당자는 반드시 추가 자금을 결정하기 전에 기존 연구자들의 성과와 예산 사용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들은 이번 여름이 끝날 때 나올 심사결과에서 이 프로젝트의 관리상태와 유연성, 개방성의 측면에서 “실질적 실패”라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인간 뇌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는 스위스 로잔 연방기술연구소의 헨리 마크람이 내린 최근 결정 때문입니다. 그는 생각이나 행동과 같은 상위 수준의 뇌기능을 연구하는 인지과학자들을 이번 연구에서 제외하고, 개별 뉴런에 대한 연구와 같은 보다 근본적인 수준에서 뇌를 시뮬레이션해야 한다고 정했습니다. 뇌는 860억 개의 뉴런과 100조 개의 연결로 구성된 알려진 가장 복잡한 대상입니다.

그러나 런던대학의 계산 뇌과학자 피터 다얀은 그 결정에 부정적입니다.

“아직 우리는 이런 대규모 시뮬레이션을 할 능력이 되지 않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과학적 관점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돈을 길에 버리는 것이며 동시에 다른 가치 있는 뇌 연구에 사용될 수 있는 연구비를 낭비하는 것입니다. 결국 사람들은 세금으로 이러한 일을 했다는 것에 분노하게 될 것입니다.”

유럽의 인간 뇌 프로젝트는 미국의 과학자들을 자극해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를 시작하게 만들었습니다. 브레인 이니셔티브는 뇌 활동지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10년 동안 약 3조 원을 사용할 예정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제네바 대학의 알렉산드르 푸제는 시뮬레이션도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뇌를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이 만약 자신들이 뇌를 연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이 프로젝트는 IT 프로젝트일 뿐입니다. 기존의 뇌 전문가들을 받아들이고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길 바랍니다.”

그러나 마크람은 처음부터 이 연구는 뇌 기초연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그는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 뇌과학자들이 이미 충분히 만들어놓은 데이터를 더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데이터들을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간 뇌 프로젝트의 핵심은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실제로 모든 뇌과학에 적용될 새로운 도구를 만드는 정보통신기술(ICT)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의 뇌과학 연구를 계속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로잔대학병원의 리차드 프라코비악 역시 다른 과학자들이 잘못된 정보에 기반해 “비이성적인 비난”을 하고 있거나, 이 연구비로 자신들의 연구를 하기 원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뇌 시뮬레이션이야말로 뇌과학에서 오랫동안 바라던 “패러다임 변화”라고 말합니다.

편지에 서명하지 않은 런던대학의 콜린 블레이크모어 경은 말합니다.

“엄격한 심사는 중요합니다. 필요하다면, 비판적일 필요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중요한 프로젝트를 버리게 된다면 그 또한 불행한 일일 겁니다. 이를 수행하면서 그 안에서 과학자들이 논의를 계속할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의 목표가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들이 정치인들에게 치매의 완치나 혁신적인 인공지능을 약속하고 이를 해내지 못한다면 다시 이런 규모의 뇌과학 연구비를 받기는 힘들어 질 겁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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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ita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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