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이후, 특허 소송의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소송 비용 역시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특허 소송에 휘말리지 않으려 노력을 기울여왔고, 이는 특허를 대하는 기업들의 태도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사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특허를 취득하는 대신, 소송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특허 등록을 남발하는 기업의 수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핵심 사업 영역이 아닌 분야에서조차 특허를 무더기로 취득하는 탓에 기술의 혁신에도 큰 제약이 생겨나자, 얼마 전 미국 연방대법원은 기존의 견해를 뒤엎고 소프트웨어의 특허권 범주를 크게 제한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2008년 출간된 ‘특허 제도의 실패(Patent Failure)’의 저자 베센(Bessen)과 마이클 무러(Michael Meurer)는 현재의 특허 제도는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실패했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첫 번째 이유로 높은 특허 소송 비용을 꼽습니다. 특허 취득을 통해 누릴 수 있는 배타적 경제 이익보다 소송 과정에서 비용이 훨씬 많이 들기 때문에 특허 제도가 사업의 수익성을 오히려 낮춘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제약 및 화학 산업의 경우 예외적으로 특허 제도가 잘 작동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특허 기술의 적용 가능 범주가 상대적으로 명확한 산업의 고유한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소프트웨어와 같이 기술 간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산업의 경우 시비를 가리기 위한 소송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베센과 마이클 무러는 특허계에 만연하는 본말전도 현상 역시 특허 제도가 실패한 원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혁신을 촉진한다는 특허 제도의 본 취지는 망각한 채 특허 제도로 파생되는 권리 싸움에만 기업들이 너무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맥락에서, 얼마 전 모든 특허 기술을 경쟁 기업들에 공개한 테슬라(Tesla)의 행보는 단연 눈에 띕니다. 특허 기술의 배타적 점유를 포기한 테슬라의 과감한 조치는 혁신을 촉진한다는 특허 제도의 원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특허 제도의 취지를 살리고자 모든 기업이 테슬라처럼 행동하기를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특허라는 사익 보호와 혁신의 촉진이라는 공익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할 주체는 입법부가 될 것입니다. (H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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