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의회에는 현재 국영 석유회사(Pemex)에 외국인 투자를 허용하는 법안이 상정되어 있습니다. 의회는 6월 10일부터 23일까지 이 법안을 논의했습니다. 최종 통과는 결국 미뤄졌지만, 멕시코 축구 대표팀의 16강행을 결정짓는 크로아티아전이 열리는 날 이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의회의 계획이었습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과 집권당인 제도혁명당(PRI)은 국민들의 눈과 귀가 월드컵에 집중되는 기간에 중요한 법안을 처리하려 한다는 비판을 사고 있습니다. 물론 신선한 전략은 아닙니다. 한 정치 및 축구 전문 논평가는 비슷한 과거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1998년에도 당시 여당이었던 제도혁명당은 크리스마스 휴가가 시작되는 날 국고를 털어 파산 위기의 은행들에 구제금융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죠. 작년에도 비슷한 타이밍에 석유회사 민영화 관련법을 토론 없이 통과시키기도 했고요.
현 멕시코 대통령은 타임지의 표지를 장식하며 해외에서 개혁 성향의 젊은 리더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낮은 지지율에서 드러나듯, 멕시코인들이 생각하는 대통령은 좀 다른 모습입니다. 시작부터 유권자 매수 등 각종 부정으로 얼룩진 선거에서 38%의 득표율로 당선되었죠. 국민들에게는 제도혁명당 역시 71년간 “완벽한 독재”로 멕시코를 다스리다가 2000년에 잠시 물러났던 그 세력 그대로입니다. 현대 멕시코를 일궈낸 정당의 문화와 구조는 여전히 굳건합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석유회사 민영화 및 투자 개방은 멕시코 국민들에게 1990년대의 민영화 개혁을 상기시킵니다. 당시에도 소수의 엘리트와 집권당의 권력자들은 “개혁”으로 이득을 누렸지만, 낙수 효과는 거의 없었습니다. 최근의 정보통신 부문 개혁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디어 분야를 민주화하고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방송국들을 규제한다고 포장했지만, 학자들과 몇몇 양심있는 의원들이 법안의 실체를 해독해보니, 오히려 자유를 억압하는 내용이었죠.
사실 니에토 대통령은 제도혁명당의 오랜 권력자들이 앞세운 얼굴 마담에 가깝습니다. 집권당의 실세들은 따로 있죠. 당의 자금으로 성매매 조직을 꾸려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전 멕시코시티 시당 위원장 등이 기득권의 실체입니다. 성매매 조직 스캔들도 정부의 조사로 드러난 것이 아니라, 한 여성 기자의 취재 끝에 드러났습니다. 해당 기자는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어버렸죠.
월드컵 시즌이 되면 국가대표팀의 플레이스타일이 그 나라 국민들의 기질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들이 종종 들려옵니다. 그게 정말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멕시코 대표팀을 보면, 멕시코가 나아가야 할 길이 보입니다. 스타 플레이어는 없지만 근면하고 겸손하며, 주어진 여건을 창의적으로 활용하고, 순간을 즐기는 대표팀의 모습에서, 멕시코를 구원할 수 있는 존재가 정치인도 엘리트도 아닌, 우리 주변의 평범하고 선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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