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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아이디어의 비밀

축음기와 전화송신기, 상업적인 전구를 발명해 부와 명성을 모두 얻은 에디슨은 1887년 뉴저지 주의 웨스트 오렌지에 자신의 실험실을 세웠습니다. 그는 자신의 발명들을 개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뛰어난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고용했습니다.

에디슨은 그 후 목화 수확기(cotton picker), 눈 다지기(snow compactors), 자석을 이용한 발전기 등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에 에디슨이 만든 가장 유명한 발명품은 바로 영사기(kinetoscope)일 겁니다. 어떻게 이들이 영사기를 만들었는지, 그리고 여기에 에디슨의 조수 윌리엄 케네디 로리 딕슨이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소재를 늘 찾아헤메는 글장이로서, 나는 에디슨이 어떻게 처음 이 아이디어를 냈는지에 대해 더 관심이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발명가는 일반인과는 달리 갑작스런 통찰력을 발휘하는 천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매우 끝내주는 아이디어를 순간적으로 떠올린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이는 아마 유레카가 외쳐지는 순간이 그만큼 드물기 때문일 겁니다. 발명의 역사와 발명가의 사고방식을 연구하는 학자들 역시 혁신이란 종종 매우 느리고 반복적인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그럼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최근 등장한 한 이론은 창조성의 비밀에는 유추(analogy) 작용이 있다고 말합니다. 유추란, 다음과 같은 SAT 문제에서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빵가루와 빵의 관계는 톱밥과 나무의 관계와 같다.” “약과 질병의 관계는 법과 무질서와의 관계와 같다.” 창조적인 사람들은 이처럼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새로운 상황과 연결시킵니다. 에디슨의 영사기 역시 바로 이런 유추에 의한 발명품입니다.

역사학자 버나드 칼슨(Bernard Carlson)과 마이클 고만(Mihael Gorman)은 에디슨이 영사기를 발명하게 된 계기로 1888년 2월 에디슨이 참석했던 한 강의를 이야기합니다. 그 강의의 강연자는 동물이 움직이는 모습을 찍어서 유명해진 이드위어드 마이브리지(Eadweard Muybridge)였습니다. “에디슨은 이 사진가를 자신의 실험실로 초대했습니다.”  실험실에서 마이브리지는 자신의 사진을 프락시노스코프(praxinoscope, 회전요지경)에 걸어 움직임을 나타낼 수 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때, 에디슨은 동작 역시 연속된 사진으로 기록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에디슨은 움직임을 저장하는 것과 소리를 저장하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발견했습니다. 마이브리지와 만난지 8개월 후, 에디슨은 영사기의 첫 특허를 썼습니다. “나는 축음기가 귀에 대해 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눈에 대해 할 수 있는, 곧 물체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장비를 저렴하고 실용적이며 편리하게 만들 수 있도록 시도하고 있습니다.”

인지과학자 키쓰 홀요크(Keith Holyoak)의 책 “정신적 도약(Mental Leaps)”에는 2,000년 전, 기록상으로 최초로 유추를 사용해 과학이론을 이끌어낸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Vitruvius)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는 최고의 극장을 지으려 했고, 소리를 바다의 파도에 비유했습니다. “파도가 치는 것과 소리가 전달되는 것은 비슷하다. 첫 번째 파동은 방해물이 없다면 다른 파동으로 분리되지 않으며, 가장 낮은 곳에 앉은 관객에서부터 가장 높은 곳에 앉은 관객에 이르기까지 메아리 없이 전달될 수 있다.”

16세기의 위대한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 역시 유추를 즐겨 사용했습니다. 그의 업적 중 가장 대단한 것은 왜 행성이 태양에서 멀어질 때 그 속도가 느려지는 지를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그는 태양에서 행성을 움직이게 하는 어떤 알 수 없는 무엇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과학자들에게 멀리 떨어져 있는 두 물체 사이에 힘이 작용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는 그 대신, 그 힘이 마치 빛과 같은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빛이 태양에서 나와 먼 곳으로 전파되는 것처럼, 이 힘도 태양에서 행성들에게 작용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후일, 이 힘은 중력으로 명명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유추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것일까요? 이 이론에 따르면, 유추를 위해서는 전통적 사고방식을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어떤 인지과학자들은 기존의 경험과 멀리 떨어진 유추일수록 더 급진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한다고 말합니다.

유추 이론은 그럴듯 하지만, 역사적인 기록 외에는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에는 사람들이 어떻게 브레인스토밍을 하는지 관찰함으로써 이 이론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는 연구가 실렸습니다.

피츠버그 대학의 조엘 챈과 크리스티안 션은 실제 디자인 팀의 활동을 기록한 수 시간의 영상을 분석했습니다. 이 팀에는 전자공학 전문가, 기계 전문가, 비즈니스 컨설팅 전문가, 인간공학 전문가, 산업 디자인 전문가 등이 있었고, 이들은 아이들을 위한 이동용 프린터를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챈과 션은 이들이 사용한 단어를 분석해 이들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발전하는지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급진적인 유추는 논의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고, 작은 유추들이 축적되어 혁신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우리는 작은 통찰들이 점진적으로 축적되어 매우 새로운 개념이 탄생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결론은 작가로서 내가 느끼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이 글 역시, 나는 인지과학 논문 하나를 읽었고, 이 연구가 참고한 문서들로부터 에디슨과 케플러의 이야기, 그리고 책을 하나 읽었습니다. 나는 그렇게 새롭지 않은 이들 이야기를 나만의 방식으로 배열함으로써 새로운 글을 만들었습니다. (National Geograph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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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ita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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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가 무척 좋아하는 사고방식이네요 :) 저는 중학생 시절에 미분의 뜻을 이해했을 때와 테일러 급수의 개념을 처음 생각했을 때가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두 점 사이의 기울기 공식과 접선은 두 점이 무한히 가까워질 때 두 점을 이은 선이라는 생각에서 미분을 생각했고, 몇 달 후에 함수를 일차식으로 근사할 수 있다면 그 도함수, 이계도함수, 더 나아가 n계도함수까지 근사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테일러 급수를 상상했었습니다. 물론 당시의 제가 라이프니츠 수준의 수학자였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겠죠. 그보다는 뉴턴의 유명한 말처럼 거인들의 어깨 위에서 공부하던 중 약간 새로운 생각을 했다는 것이 정확할 겁니다.(그나마도 이미 있던 것이니 제 딴에만 새로웠죠) 이 때 저는 "나처럼 평범한 사람은 어떻게 해서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는가"에 대해 한 조각의 답을 찾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존에 있는 생각을 철저하게 이해하고 거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는 것이 창조성의 본질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모든 창조와 혁신이 기존의 체계 안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제 생각을 뒷받침해줄 수많은 사례가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일례로 20세기 초엽 표현주의적 무조음악과 음렬음악을 탄생시켜 이후 한 시대의 지배적 음악 양식으로 발전토록 했던 아르놀트 쇤베르크(Arnold Schönberg)가 있습니다. 그는 18세기 말에 유행한 낭만주의의 음악 어법에 통달해 있었고, 거대한 규모와 화려한 조성 같은 후기 낭만주의의 특징들을 극단적인 지점까지 끌고 간 이후에야 그 한계를 깨닫고 음렬음악과 12음기법이라는 신대륙으로 나아갔습니다. 어딘가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이상한 생각"이 아니라 기존 체계 안에서 이루어진 끊임없는 고민 끝에 탄생한 혁신인 셈이지요. 더욱 유명한 예로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 있겠지요. 뉴턴 역학으로는 수성의 궤도 계산 결과가 어긋난다는 사실을 발견할 정도로 고전물리학을 철저하게 이해한 끝에 그 오차를 보완할 수 있는 일반상대성이론의 실마리를 잡았으니까요.

    에고, 어째 쓰다보니 원글의 키워드인 '유추'와는 조금 거리가 멀어진 것 같군요;; 그냥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이다 보니 주제랑 관계없이 주저리주저리 써댔나봅니다. 너그러운 아량을 바랍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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