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캘리포니아 이슬라 비스타에서 6명의 사망자와 13명의 부상자를 내고 자살한 엘리엇 로저는 조용한 외톨이였습니다. 룸메이트들을 싫어했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그가 어느날 갑자기 맥락도 없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닙니다.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고, 술집에서 싸움에 휘말린 적도 있었으며, 인터넷에 폭력적인 내용의 영상을 올리고, 경찰의 방문을 받은 적도 있었죠. 엘리엇 로저는 다른 모든 대량 살상범들과 함께 법과 제도가 위험한 인물을 적발해 끔찍한 범죄를 예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런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총기 규제나 위험 인물에 대한 강제 입원 제도 등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위험한 행동을 할 수도 있는 인물에 대한 정보를 교육기관과 사법 당국 등이 함께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범죄가 일어나기까지 이상 신호를 감지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주변에서 나오게 되는데, 이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어디에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모르다는 것이죠. 때로는 정신건강 전문가들 스스로가 정보 공유의 과정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환자의 개인 정보와 사생활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자신이나 타인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믿을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 해당 환자의 동의없이 정보를 공유할 의무”를 소홀히 하기 때문입니다. 엘리엇 로저의 심리치료사도 그에게서 나타나는 위험 신호들을 당국에 알라지 않았죠. 경찰의 잘못된 판단이 정보 공유의 흐름을 막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번은 엘리엇 로저의 어머니가 아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동영상들을 보고 이를 신고해, 경찰이 직접 엘리엇 로저의 집을 방문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그가 위험 인물이 아니라고 판단해, 집안 수색이나 강제 입원은 이루어지지 않았죠. 경찰들 앞에서는 멀쩡한 모습을 연기했기 때문이죠. 권위를 지닌 인물 앞에서 겉으로는 멀쩡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실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의 전형적인 특성입니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접수된 누적 자료들을 무시하고 일회성으로 사람을 한 번 만나 스스로 내린 판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엘리엇 로저는 학교에 잘 나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소속이 있었던만큼 학교가 학생을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했던 점도 아쉽습니다. 요즘은 학생들의 심리 상담과 정신 건강 관리 등을 담당하는 기구가 학교 안에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기관에서 잠재적으로 위험한 학생을 파악하고 캠퍼스 경찰이나 지역 경찰과 정보를 공유한다면 좋겠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은 거의 없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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