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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로 보는 우크라이나 대 러시아

지역의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이 우크라이나 동부를 방문한다면, 다양한 깃발들을 보고 혼란을 겪게 될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국기를 제외하고도 다양한 의미를 가진 깃발들이 여기저기 걸려 있으니까요.

우선 오렌지색과 검정색 줄무늬 깃발은 반(反) 우크라이나 세력의 중요한 상징입니다. 깃발도 깃발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리본의 형태로 상의에 달고 다니죠. 이 리본은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구소련의 여러 지역에서 구소련을 기억하는 상징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 색은 1769년 무공훈장인 성 게오르그 훈장의 색으로 자리잡아 1917년까지 사용되었고, 후에 스탈린이 애국심을 고양시키기 위해 다시 부활시킨 훈장에도 들어가게 됩니다. 현재 동부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충성을 의미합니다. 반면 반(反) 러시아파는 이 줄무늬가 콜로라도 감자잎벌레를 연상시킨다며 반대파를 해충으로 비하합니다.

 

검정, 파랑, 빨강의 삼색기는 도네츠크 주의 깃발입니다. 역시 친러시아파가 사용하죠. 삼색 배경에 머리 둘 달린 독수리 문장이 그려진 버전도 있습니다. 지난 달 공화국 선언과 함께 도입되었지만, 유래는 1918년 우크라이나에 맞서 반란을 일으켜 6주간 유지되었던 도네츠크 크리보이로크 공화국의 깃발입니다.

구소련 깃발의 변형이라 할 수 있는 소비에트 우크라이나의 깃발도 눈에 띕니다. 빨간 바탕에 노란 낫과 망치가 들어갔지만, 아래에 푸른 줄이 들어간 모양입니다. 드물긴 하지만 검정, 노랑, 하양 가로 줄무늬의 짜르 시대 러시아 제국 깃발도 등장합니다. 모두 러시아에 대한 충성을 상징하죠.

그에 비해 친우크라이나파 쪽에서는 옛날 깃발을 부활시켜 쓰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라이트 섹터(Right Sector)라는 이름의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단체가 우크라이나 반란군(Ukrainian Insurgent Army, UPA)의 빨강, 검정 가로줄무늬 깃발을 사용하고 있는 정도입니다. 이 깃발은 우크라이나인들 사이에서 자유의 상징으로 여겨지지만, 역사적으로는 피와 땅을 의미합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에 내걸린 모든 깃발들이 사실 “피”와 “땅”을 연상케하는 살벌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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