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측면에서 UPS 트럭을 몰고 다니는 택배 기사들의 일상은 과거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갈색 트럭에서 짐을 내리고, 배송하려는 집을 방문하면 개가 짖고, 그리고 집 주인 아주머니는 시끄럽게 짖어대는 개에 대해 사과를 하면서 물건을 받았다는 수령증에 사인을 하는 일상적인 풍경이 반복됩니다. 하지만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UPS 트럭 기사들의 삶은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UPS 배송 기사인 빌 얼(Bill Earle) 씨는 1990년대에 UPS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그 당시만 해도 그가 배송을 하려 도로를 달릴 때는 아무도 그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기본적으로 UPS는 트럭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UPS는 테크 기업입니다. 얼 씨가 움직이는 모든 동선과 그가 운전하는 모든 도로가 기록되고 있습니다. 그가 운전하는 트럭은 돌아다니는 컴퓨터입니다. 그가 아침에 일을 시작할 때부터 일을 끝내고 밤에 기지로 돌아올 때 까지 UPS는 얼 씨가 어떻게 하면 임무 수행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UPS 기사가 물건을 배달하고 물건을 받았다는 사인을 받으려고 건네는 작은 기기는 사실 작은 컴퓨터입니다. 그 기기에는 특정 주소를 입력하면 “배송 주소에서 개를 조심하세요”와 같은 메시지가 뜨기도 합니다. 그가 손에 들고 다니는 컴퓨터는 하나의 배송이 끝나면 다음에 해야 할 일을 알려줍니다. 컴퓨터에는 GPS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기술은 당신이 텅 빈 도로 위를 활주하는 트럭 안에 혼자 있든 아니면 컴퓨터를 마주하고 칸막이 책상 안에서 일을 하든 당신의 회사가 당신이 하는 모든 일을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로봇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신할 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컴퓨터와 센서로 둘러싸인 사람, 즉 기술과 인력이 결합했을 때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계속 제기되어 왔습니다. 다만 이를 실현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직원들을 더 효율적으로 생산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기업은 직원들이 하는 모든 행동을 알아내야 합니다.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UPS에서 데이터 분석을 책임지고 있는 잭 레버스 씨는 말합니다. “UPS에서 소포만큼 중요한 것이 데이터입니다.” 매릴랜드 주에 위치한 UPS 데이터 센터에는 많은 데이터를 빠른 시간 안에 분석할 수 있는 많은 컴퓨터와 이를 분석하는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데이터를 통해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물건을 더 빨리 배달할 수 있는지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UPS 운전 기사들의 평균 배달 시간이 1분 늘어나면, 연간 손실은 1,450만 달러(147억 원)나 됩니다.
UPS 트럭에는 수백 개의 센서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센서는 기사가 안전벨트를 맸는지, 운전 속도는 얼마인지, 브레이크를 제대로 밟았는지 등 모든 것을 트럭 안에 있는 작은 블랙박스에 저장합니다. 그리고 기사들이 일을 끝내고 UPS 센터로 돌아가면, 이 블랙박스의 데이터는 매릴랜드 데이터 센터로 보내집니다. UPS 데이터 팀은 운전 정보를 비롯한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책을 제시합니다. UPS는 여러가지 제안을 통해서 배송 시간을 크게 절약해 왔습니다. 운전자가 오른손잡이면 사인에 필요한 펜을 왼쪽 가슴 주머니에 넣어야 한다는 제안이나 자동차 열쇠를 갖다대면 바로 시동이 걸리고 화물칸 문이 열리는 키 팝(key pop)으로 교체한 것은 배송 시간을 효과적으로 줄인 대표적인 예입니다. UPS가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은 것은 바로 하루 백 개 이상의 소포를 특정 지역에서 배달해야 할 때 어떤 길을 따라 어떤 순서로 배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가를 파악하는 것이었습니다. 배송해야 할 곳이 몇 군데 안 되면 구글 지도를 이용하면 되지만 하루 백 개 이상의 목적지에 가야하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대부분이 박사 학위를 가진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이 문제에 매달려 왔습니다. 현재 UPS는 배송 기사들이 어떤 순서로 아침에 소포들을 트럭에 실고 어떤 순서로 소포들을 배송해야 하는지를 이들이 들고 다니는 컴퓨터를 통해 알려줍니다.
이러한 변화들은 실제로 배송 기사들이 하루에 배달하는 소포의 수를 늘렸습니다. 빌 얼 씨는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그는 하루 평균 87~100개 정도의 소포를 배달했습니다. 현재 그는 하루 평균 130개의 소포를 배달하고 있습니다. 얼 씨는 기술이 자신이 수행하는 일을 쉽게 만들었지만 그의 모든 행동이 추적되고 기록되는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UPS가 직원들의 행동을 추적하는 데 있어서 제한도 있습니다. 얼 씨는 노동조합에 가입해 있는데, 노조는 회사와 협상을 할 때 회사가 직원들을 추적하는 방식을 협상합니다. UPS는 데이터에만 의존해서 직원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습니다. 또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습니다. 또 배송 기사들이 하루에 배달하는 소포의 수가 늘어나면 그 만큼 보상을 받습니다. 지난 20년간 UPS 배송 기사들의 임금과 혜택은 두 배 증가했습니다. 우리가 일자리의 미래가 UPS 트럭과 같은 모습이라고 말할 때 우리는 기업이 직원들의 모든 행동을 기록하고 측정하지만 직원들 역시 생산성이 높아지면 그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UPS 배송 기사들은 다른 기업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몇 가지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기업들에서는 직원들의 생산성이 증가해도 임금이나 혜택이 증가하지 않은 것에 비해 UPS에서는 생산성과 임금이 함께 올랐습니다. 그 이유는 UPS 배송 기사들 대부분이 노조원이고 계약서에 따르면 UPS는 배송 기사들이 하는 일을 외부에 위탁(outsourcing)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NPR Planet 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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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 for sharing an interesting story.
택배단가를 후려치면서 기사를 쥐어짜는 우리나라 택배랑은 대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