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 주: 여러 선진국들이 현재 12주를 낙태허용의 법적 한계로 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국은 24주 이하의 임신 상태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가장 완화된 낙태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래는 영국 가디언지의 칼럼입니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낙태의 권리를 지지하며 남성은 이를 반대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보수당의 정치인인 제레미 헌트가 낙태 허용기한을 24주에서 12주로 낮추자고 제안했을 때, 텔레그라프(Telegraph)는 “그의 제안은 여성들의 보수당 지지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텔레비전 쇼 빅 브라더에 출연하기 위해 낙태를 고려한다고 말했던 패션모델 조시 커닝햄을 거세게 비난한 것은 대부분 여성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여성이 남성보다 낙태의 권리를 더 지지할까요?
2012년 영국의 설문조사 블로그 UKPollingReport는 낙태에 대한 설문조사의 결과들을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들은 매우 일관적으로 … 남성들보다 낙태를 제한하는 법안을 더 지지합니다. 다수의 조사에서 남성의 24-35%가 이 법안을 지지한 반면, 여성은 43-59%가 이를 지지하며, 약 20%의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남녀의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요? 설문조사는 의견을 물을 뿐 그 이유를 묻지 않기 때문에, 위의 결과에서 그 이유를 추측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한가지 이유는 랭카스터 대학이 수행한 연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남녀에게 생명이 시작되는 순간이 언제인지를 물었고, 더 많은 여성들이 생명은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이 일어나는 순간 시작된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곧 여성들이 낙태를 반대하는 이유를 어느 정도 설명해 줍니다.
경제학에서도 한 가지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부부 경제학자인 조지 애커로프(George Akerlof)와 자넷 옐렌(Janet Yellen)은 1996년 논문에서 20세기 후반의 “생식 기술”이 끼친 영향을 다룬 바 있습니다. 그들은 낙태의 가능성이 남성의 성에 대한 태도를 바꾸었을지 모른다고 추측했습니다. 한 네티즌은 이를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요약했습니다. “아이를 낳을지 말지에 대한 결정권이 여성에게 넘어간 이상, 그 아이에 대한 책임이 어떻게 남녀 모두에게 있다는 것인지 알 수 없군요.”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남자는 여자친구가 임신했을 때, “옳은 일을 해야 한다”라는 문화적 압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의학 기술은 남성들에게 편리한 탈출구를 제공하고 있으며 따라서 남성들이 이런 현실을 바꾸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그 반면, 여성들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기대와 문화적 압박은 여전합니다. 오늘날에도 여성을 묘사하는 데에는 모성애와 관련된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이를 거부하는 “급진적”인 여성들은 ‘여성스럽지 않은’, ‘매정한’, ‘무언가 문제가 있는’ 여성으로 여겨집니다. “나는 아이를 가지지 않겠어요” 라는 말은 여전히 충격적인 선언이며, 사람들은 이들을 의심스런 눈초리로 바라봅니다. 2011년 호주에서 자녀가 없는 여성들을 조사한 한 논문의 제목은 “ ‘비정상의’, ‘여성적이지 않은’, ‘불명예스러운’, ‘비하되는’” 이었습니다.
자신의 경력을 위해 아이를 포기한 후 훗날 이를 후회한다는 여성들을 기사로 종종 내보내는 언론들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그들은 여성의 이상적인 모델로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와 엘리자베스 여왕과 같은 이들을 꼽으며 이들의 주된 역할이 왕가의 피를 잇는 것이라는 사실은 무시합니다. 이 때 여성은 자연스레 아이를 낳기 위한 대상으로 전락하게 되며, 이런 분위기에서 사람들이 낙태를 반대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만약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가 낙태를 결정한다면, 이것은 21세기 최대의 정치적 결정이 될 것이며 문화적인 9/11 로 여겨질 것입니다. 물론 그녀는 그러지 않을 것이며, 만약 그녀가 원한다고 해도 아마 할 수 없을 것이고, 영국 전체가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지난 60년 동안의 여권 신장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그렇다면, 남성과 여성의 낙태에 대한 차이는 결국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요? 내재화된 성차별주의? 남성의 진보? 생명의 시작이 언제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견? 또는 전혀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나는 그 차이가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은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 그 답을 모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이 질문은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논쟁들에 있어 매우 중요한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Guardian)
(역자 주: 이 글에는 현재 183개의 답글이 달려 있습니다. 첫 번째 답글은 6개의 추천을 받았는데, “나는 12주가 더 나아 보이는군요. 내 친구는 20주에 낙태를 결정했는데, 평범한 병원에서 특별한 도움 없이 낙태하느라 회복하는 데 힘이 많이 들었어요. 만약 12주로 제한한다면 사람들이 더 빨리 이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라고 했으며, 여기에 대해 “대부분 사람들은 빨리 낙태를 결정합니다. 누군가 이를 늦게 결정한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에요.”라는 답글이 다시 달렸고, 49개의 추천을 받고 있습니다.)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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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하네요. 전 당연히 여성이 남성보다 낙태에 대해 부정적일거라 생각했는데. 그 반대가 일반적인 경우였군요.
그렇지요? 저도 한편 우리나라는 어떨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