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 이후 민주주의가 그나마 자리잡았다고 할 수 있는 나라는 아랍 22개국 중 튀니지 한 곳 뿐입니다. ‘아랍의 봄’이 없었다면 차라리 더 나았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랬다면 리비아, 예멘, 바레인, 시리아, 이집트에서 성난 사람들이 민주주의라는 이름 하에 난동을 일으키는 사태도 없었을 것이고 호스니 무바라크 같은 친서방적 인물이 물러나는 일도 없었을 거라면서요. 이들은 조용히 이제라도 이집트가 군부의 손아귀로 돌아갔으니 얼마나 다행이냐면서, 아랍 세계에 민주주의란 어울리지 않는 옷이라고 속삭이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의견에는 그럴 듯한 부분이 있습니다. 당연히 ‘아랍의 봄’에 이어 일어난 유혈 사태는 비극이었고, 민주주의가 하루 아침에 꽃 필거라 믿었던 리버럴들은 너무 순진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독재가 대안일까요? 여기저기서 불거지는 ‘아랍의 봄’에 대한 비판에도 지나치게 순진한 구석이 있습니다.
알제리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1991년 선거를 계기로 촉발된 내전으로 인해, 알제리에서는 20만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5년 간은 압델아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통치 하에 비교적 안정을 유지했고, ‘아랍의 봄’도 알제리를 비껴갔죠. 하지만 잃은 것이 전혀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77세 고령으로 작년에도 3개월 넘게 프랑스 파리의 병원에 입원해 있었습니다. 가스가 풍부한 나라임에도 알제리의 경제 상황은 최악이고, 정치적 부패는 극에 달해 있죠. 불만에 찬 젊은이들은 자유와 일자리를 찾아 지중해 너머로 탈출할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75세의 수상쩍은 군인이 독재 정권의 계승을 노리는 가운데, 여러 해 동안 쌓인 좌절과 분노가 금방이라도 대중 시위로 이어질 분위기죠.
‘아랍의 봄’을 폄하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것은 과연 ‘독재가 대안인가’하는 것입니다. 독재는 부패했고 억압적이며, 결국은 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알제리의 사례가 장기적으로 이를 입증하게 될 것입니다. 이집트에서 선거로 뽑힌 대통령을 몰아내고 권력을 잡은 압델 파타 알시시도 결국은 경제를 살리지 못하면 무바라크의 전철을 밟게 될 것입니다.
특정한 문화권에는 민주주의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은 대만에서부터 남아공의 사례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오래가지 못했죠. ‘아랍의 봄’이 지금까지 엉망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아랍 국가의 시민들은 굴종을 좋아한다고 낙인찍는 것이 답은 아닙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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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도 언젠가 들었던 말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