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과학

자연재해의 심리학

(역자 주: 아래는 2년 전, 6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낳은 슈퍼스톰 샌디가 미국 동부를 덮쳤을 당시 Psychology Today 에 실렸던 글입니다.)

  • 극한 사건은 어떻게 우리에게 다가오는가

트라우마는 단편적인 이미지와 감각, 극심한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생존자들은 공포에 질리거나, 공황상태에 빠지거나, 생존을 위해 현실과의 심리적 해리를 겪게 됩니다. 이미지, 곧 불에 타는 건물이나 자동차가 나무에 부딪히는 것과 같은 모습은 악몽과 같은 형태로 반복적으로 이들에게 나타나게 됩니다. 때로는 자기 자신을 다른 장소에서 바라보는 것과 같은 극단적인 해리를 겪기도 합니다. 한 연구는 이런 해리를 겪는 이들이 더 PTSD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는 그 사건이 심리적 기능을 파편화 시켰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 인재와 자연재해

한 연구는 순수한 자연재해에 비해 총기사고와 같은 인재가 PTSD를 일으킬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는 누군가 나를 해치려 한다는, 곧 악의를 가진 다른 이에 대처해야 하는 다른 차원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자연재해의 경우에도 사람들이나 정부에 의해 피해자들이 보호되지 못하거나 심지어 피해자들을 이용하려는 이들이 있을 때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생존자들이 겪는 세계관의 파괴

트라우마가 우리에게 충격을 주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들이 우리의 세상에 대한 믿음을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트라우마는 우리가 그동안 믿어왔고 우리를 보호한다고 생각했던 정부기관이나 물리적 장치들이 더 이상 우리를 보호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트라우마 연구자들은 특히 다음 믿음들이 파괴된다고 생각합니다.

  1. 세상은 예측가능하다: 우리는 우리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는 끊임없는 공포에 시달리지 않도록, 곧 정신적 에너지의 소모를 줄이기 위해 우리가 진화되어 온 결과입니다. 우리는 열심히 산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충분히 조심한다면 위험에 처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연재해는 자연의 예측불가능성과 인간의 연약함을 우리에게 알려 줍니다. 우리가 무엇을 하든, 세상의 위협적이고 강력한 힘은 우리의 조절 영역 바깥에 존재합니다.
  2. 세상은 선하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 거의 언제나 우리에게 친절하다고 믿고 살아갑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선하고 관대하며 우리는 우리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누군가는 우리를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슈퍼스톰 샌디나 9.11 테러에서 영웅적인 소방관들과 정부의 리더십, 구호물품, 그리고 이웃과 지역사회의 배려와 지지를 통해 피해자들은 세상이 아직 선하다는 믿음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3. 나는 가치 있는 존재이다: 많은 사건에서 희생자들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에 빠집니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나는 보호받을 가치가 없는 인간인가?” “신이 내게 어떤 이유로 나를 벌 주려 한 것은 아닐까?” “나는 피해자로 살아갈 운명을 안고 태어났을까?” 이런 질문들은 사건과 별개로 생존자들이 스스로를 자책하게 만들며, 그 사건이 끝난 이후에도 오래도록 부정적인 심리적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충분한 관심과 보호,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확인받는 과정을 통해 대부분의 이들은 그 사건을 스스로 납득하게 되고 자신의 삶을 지속할 수 있게 됩니다. 이들은 자신의 세계관을 다시 확립하며, 사건은 과거에 속하는 일로 바뀌게 됩니다. 이것이 그들이 그 사건을 잊어버린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들은 그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과 그 어려운 환경속에서 자신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받아들이며, 이를 통해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는 힘을 얻습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생물학적인 상처나 충분한 관심과 보호의 부족으로 인해 PTSD, 우울증, 공황장애 등의 문제를 겪게 됩니다.

  • 긍정적인 의미를 창조하기

다음은 생존자들과 구호 봉사자들이 긍정적 의미를 창조할 수 있는 방법들입니다.

  1. 생존자들을 위한 긍정적 활동들: 자원봉사, 모금활동, 의류, 모포규 생필품 기부 등의 구체적인 활동이 필요합니다. 이 활동을 통해 봉사자 역시 자존감을 얻을 수 있으며, 다른 이들과의 협력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무기력감을 없앨 수 있습니다.
  2. 공동체로부터의 위안과 국가적 지원 찾기: 의식과 조문행사에 함께 참여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관심을 표현함으로써 우리는 서로를 위로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가 우리와 함께 한다고 느낄때 더 강해집니다.
  3. 정신적인 가치와 사랑하는 이들에게 집중할 것: 비록 이미 일어난 일은 되돌릴 수 없지만, 적어도 우리는 자신의 삶에 의미를 주는 요소들을 다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명상, 사랑, 혁신, 공동체 등과 같은 개인적이고 정신적인 가치에 집중함으로써 다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Psychology Today)

원문 보기

veritaholic

Recent Posts

[뉴페@스프] “응원하는 야구팀보다 강한” 지지정당 대물림… 근데 ‘대전환’ 올 수 있다고?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2 일 ago

[뉴페@스프] ‘이건 내 목소리?’ 나도 모를 정도로 감쪽같이 속였는데… 역설적으로 따라온 부작용

* 비상 계엄령 선포와 내란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인해 한동안 쉬었던 스브스프리미엄에 쓴 해설 시차발행을…

4 일 ago

살해범 옹호가 “정의 구현”? ‘피 묻은 돈’을 진정 해결하려면…

우리나라 뉴스가 반헌법적인 계엄령을 선포해 내란죄 피의자가 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는 뉴스로 도배되는 사이 미국에서…

5 일 ago

미국도 네 번뿐이었는데 우리는? 잦은 탄핵이 좋은 건 아니지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투표가 오늘 진행됩니다. 첫 번째 투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으로 투표에…

1 주 ago

“부정 선거” 우기던 트럼프가 계엄령이라는 카드는 내쳤던 이유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이후 미국 언론도 한국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사태에 큰 관심을 보이고…

2 주 ago

트럼프, 대놓고 겨냥하는데… “오히려 기회, 중국은 계획대로 움직이는 중”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안보…

3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