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
성실함이 최고의 미덕이라 주장하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명언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메시아 같은 존재입니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심지어 용변을 보는 화장실 안에서까지 성실을 찬양하는 목소리는 우리의 게으름을 쉴새없이 꾸짖습니다. 이쯤 되면 난 왜 이렇게 게으른 것일까 자책하는 사람이 하나 둘 생겨나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내일로 회의가 미뤄지는 것도, 오늘 읽을 책을 내일의 몫으로 돌리는 것도 모두 나의 불성실함 때문인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룬다는 것이 그렇게 비난 받아야만 하는 행동일까요? 게으름이 비단 개인의 의지박약으로부터만 비롯되는 문제일까요? 콜로라도 대학의 심리과학 연구팀은 이러한 질문들에 단연코 ‘아니’라고 대답합니다.
콜로라도 대학 연구팀은 최근 심리과학 학술지에 인간의 게으름(procrastination)이 유전적 요인에 기인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181쌍의 일란성 쌍둥이와 166쌍의 이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게으름이 유전적 요인에 기인하는지 여부를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은 쌍둥이들이 목표를 설정하고 얼마나 그 목표를 지키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하는지를 시험했습니다. 그 결과, 이란성 쌍둥이들에 비해 유전적으로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들이 더 유사한 행동패턴을 보였습니다. 다시 말해, 쌍둥이 모두가 함께 성실하거나 게으른 비율이 일란성 쌍둥이에게서 훨씬 높게 나타난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게으른 행동이 유전적 요인에 기인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연구를 주도한 다니엘 구스타브손(Daniel Gustavson)은 인간이 생존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보다 충동적인 행위를 유발하는 유전인자를 내재화하는 진화 과정에서 게으름이 부작용으로 나타난 것 같다는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일찍이 선행연구들을 통해 규명된 게으름과 충동성 간의 상관관계를 그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그는 이어서 게으름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정보가 더 많이 축적되면, 게으름을 방지할 수 있는 치료법의 개발도 이루어질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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