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 주: 사진작가 레이철 서스만(Rachel Sussman)은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오랜 세월을 견딘 이들의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그녀는 이 사진들을 담은 자신의 새 책 “지상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체들(The Oldest Living Things on Earth)”의 서문을 과학저술가 칼 짐머에게 부탁했습니다.)
생명체의 수명에 대하여
복모강 미생물(Gastrotrich)의 삶은 우리에게 안타까움을 느끼게 합니다. 강과 호수에는 이 참깨 크기의 볼링 핀처럼 생긴 무척추 동물 수백만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이들이 알에서 깨어나 입, 내장, 감각기과, 뇌를 갖춘 완전한 형태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3일 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알을 낳기 시작합니다. 며칠 뒤, 이들은 수명을 다하고 죽게 됩니다.
한 생명체가 일주일 안에 일생을 끝낸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자연의 잔인함을 알려줍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인간의 수명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고령을 즐기는 동물과 식물들은 오히려 우리를 안타깝게 바라볼 지 모릅니다. 기록된 가장 오래 산 인간은 1875년 태어나 1997년 사망한 쟝 칼망입니다. 그러나 13,000 년을 살아온 팔머 오크트리(Palmer’s oak tree)에게 칼망의 122년은 여름 휴가처럼 짧게 느껴질 것입니다.
팔머 나무와 복모강 미생물은 모두 진화의 산물입니다. 진화의 나무에 걸린 수천만종의 생물들이 보여주는 삶의 다양성은 우리를 어지럽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들의 수명이 보여주는 다양성은 그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특성중의 하나입니다. 왜 자연선택은 한 식물에게는 수천년의 삶을 허락하면서 다른 미생물에게는 단 1주일만을 허락했을까요?
1960년대, 진화생물학자들은 이들의 다양한 노화에 대한 포괄적인 설명을 만들었습니다. 그 설명은 쉽게 말하면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다(A jack-of-all-trades is a master of none)”는 속담과 관계됩니다. 모든 생명체는 삶을 위해 에너지를 섭취합니다. 사자는 가젤을 잡아먹고, 튤립은 햇빛을 모으며, 해저의 미생물은 철분을 찾아다닙니다. 그러나 이들이 섭취하는 에너지의 양에는 한계가 있고, 이들은 이를 성장, 번식, 병원균 퇴치, 분자 수리(molecular repair) 등의 목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병원균 퇴치와 분자 수리는 수명을 늘이기 위한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수명을 길게 하기위해 번식을 게을리 하는 개체는 자신의 유전자를 충분히 후대에 전달하지 못하게 됩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돌보기보다 더 많은 자손을 만드는 개체가 진화에 있어서는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이런 균형을 이용한 설명은 종 간의 수명의 차이를 이해하는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그리고 과학자들에게 인간이 노화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를 이해하는 것과 같은 문제에서 좋은 실마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균형은 수명의 차이에 대한 부분적인 설명일 뿐입니다. 각 종들이 처한 환경은 또다른 설명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환경에서는 그저 삶은 느리게 흘러갑니다. 대부분의 생명체가 가진 한계와 무관하게 진화한 듯 보이는 생명체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다른 종들이 고민하는 유한한 에너지를 나누어야 하는 고통과 관계없이 그저 오래 삶을 지속하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이런 생명체의 수명이 가진 신비가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생명체들을 더 소중하게 느끼게 만들어주며, 이들을 보존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줍니다. 수천년의 삶을 가진 이들을 바라봄으로써 우리는 자신이 미생물처럼 느껴지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더 감동시키는 것은, 우리가 이 13,000 살이 된 팔머 오크트리와 진화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Phenom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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