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대학농구 리그 경기를 보던 저는 왜 아시아계 선수가 거의 없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알아보니 실제 대학농구 1군의 남자 선수 5,380명 중 아시아계 선수는 단 15명이었죠.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키가 작으니까”, 또는 “아시아계 학생들은 공부하느라 바빠 농구할 시간이 없으니까” 등의 쉬운 답들이 언뜻 떠올랐고,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의견을 냈습니다. 누군가는 “유대인들이 농구하는거 봤냐?”고 묻더군요. 유대계 미국인은 아시아계 미국인들과 함께 학업 성적이 우수한 집단으로 여겨지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질문 하나로 촉발된 시간 여행을 통해 우리는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20세기 초반에 미국 농구계를 지배했던 이들이 바로 유대계였다는 사실을요.
20세기 초반, “원하지 않는 집단”이 입학생 중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못마땅했지만 대놓고 쿼터제를 주장할 수 없었던 아이비리그 학교들은 입시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봤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기나긴 자기소개서와 에세이, 장황한 과외활동 리스트 등이 모두 이때 도입된 것입니다. 덕분에 인격, 품성 등 애매한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선발 과정은 불투명해졌으며 유대계 신입생의 비율은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학교 농구팀의 성적이 크게 떨어진 것입니다. 2차 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미국 농구계는 유대인들이 꽉 잡고 있었으니까요. 실제로 NBA 첫 경기에서 첫 득점을 올린 선수도 유대계였죠. 여기에는 농구가 “도시적인 경기”였고, 대도시 도심에는 유대계 커뮤니티가 있었다는 사회학적 설명이 있습니다. 동네마다 유대계 아마추어 농구팀이 있었고, 도심 슬럼가 소년들에게 농구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었다는 것이죠. 그러나 당시에도 특정 민족에 대한 선입견으로 이 현상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뉴욕데일리뉴스>의 한 기자는 농구는 기민하고 계산이 빠르며 잔꾀에 능한 유대인의 기질에 맞는 종목이라는 식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런 내용을 책으로 펴낸 사람도 있었고요. 유대인들이 농구계를 지배하고 있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반유대주의에 기댄 선입견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죠. 또한 당시의 농구 규칙은 키가 큰 선수에게 실제로 불리했기 때문에, 코치들이 “키가 작은 민족인” 유대계를 선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농구 규칙이 바뀌고 유대계 커뮤니티의 모습이 바뀌면서 농구판도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대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농구판의 새로운 강자가 되었죠.
우리는 우리의 선입견이 우리가 실제로 보고 겪은 것을 반영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선입견은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보고 받아들이는지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이러한 확증편향 때문에 사람들은 유대인들이 농구계를 지배하는 현상을 보면서 농구는 키 작고 약삭빠른 사람에게 유리한 종목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던 것입니다. 당시에 누군가가 “왜 농구 선수 중에는 흑인이 별로 없을까?”라는 질문을 했다면 “흑인은 멍청하고 게으르며 직업 윤리가 부족해서 농구를 잘 할 수 없다”는 설명이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아시아계와 유대계에 대한 선입견은 상당히 비슷한데, 한때는 그것이 유대계가 농구를 잘 하는 이유였다가 이제는 아시아계가 농구를 잘 못하는 이유가 된 것은 참 재미있는 현상입니다. 오늘날 미국 농구계를 보면서 “왜 뛰어난 선수들 중에는 흑인이 많을까?”, “왜 동양계 선수는 거의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얼마든지 의미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흑인들은 원래 농구를 잘 하는 인종이다”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힌다면, 현상 뒤에 깔려있는 여러 사회, 경제, 역사적 맥락을 놓치게 될 것입니다.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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