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과학

비만과 비만수술

암이나 알츠하이머와 같이 흔하면서도 치명적인 질병에 대해 치료율이 40%인 치료법이 발견되었다면 어떨까요? 이 소식은 쉽게 뉴스의 일면을 장식하고, 사람들은 현대의학의 발전에 대해 이야기하겠지요.

실제로 우리는 그런 성공적인 치료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직 이 치료법을 그렇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비만수술(weight-loss surgery)입니다.

2012년 이 비만수술의 효과에 관한 한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연구진은 당뇨를 가진 비만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게는 비수술적 치료인 생활방식 지도(lifestyle coaching), 재택 혈당측정, 당뇨약, 체중관리모임(Weight Watchers) 가입 등을 받게 하였고, 다른 그룹에게는 이러한 비수술적 치료와 비만수술을 모두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 1년 뒤 비만수술을 받은 그룹의 40% 가 더 이상 당뇨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반면, 그렇지 않은 그룹에서 그 비율은 12% 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수술을 받은 이들은 체중은 평균 25%가 감소한 반면, 그렇지 않은 그룹은 체중의 5%만이 감소되었습니다.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비만수술의 분명한 과학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매우 적은 수의 비만 환자만이 이 수술을 받는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에서 이 수술을 받는 이들은 한 해 20만명정도이며 이는 전체 미국의 비만환자 2천만명의 1%에 불과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비만수술도 여느 수술과 마찬가지로 위험이 따릅니다. 평균 300명 중 1명의 환자가 수술중 사망하며 혈전, 위장누출, 장폐쇄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정도의 위험은 담낭수술과 맹장수술이 가진 위험보다 더 크지 않지만 환자와 의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른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수술비용입니다. 2700만원에 달하는 이 수술비용에 대해 절반 가량의 보험회사는 이 금액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이 수술을 지원하는 보험회사들도 그 금액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9개월의 의학적 다이어트를 먼저 실시해야 하는 등의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 이외에도 비만수술이 대중적인 요법으로 자리잡기 힘든 근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시내티 시의 경우, 2025년 경에는 인구의 1/4이 타입-2 당뇨에 걸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의사 수와 병원 시설로는 이런 많은 수의 수술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일반적인 비만수술에는 위우회술(Roux-en-Y gastric bypass)과 위절제술(vertical sleeve gastrectomy)이 있습니다. 신시내티 당뇨및 비만 연구소 소장 랜디 실리(Randy Seeley)는 이 수술을 받은 환자는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배고픔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수술의 놀라운 점은 실제로 체중이 빠지기 훨씬 전인, 수술 이후 단 며칠만에 이들의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이 수술이 위의 크기를 줄이는 효과만을 가진 것이 아니라 어떤 생화학적 효과를 일으킴을 의미합니다. 만약 이 생화학적 효과를 수술이 아닌 약물을 이용해 이끌어낼 수 있다면 어떨까요?

지금까지 인간과 생쥐 모두에게서 비만수술이 지방을 분해하는 담즙산의 농도를 높인다는 연구결과들이 있었습니다. 실리의 연구팀은 FXR 로 불리는, 담즙산에 의해 영향을 받는 수용체에 주목했으며, 생쥐실험을 통해 이 수용체의 여부가 비만수술의 효과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은 놀라운 발견입니다. 앞으로 많은 어려움이 남았지만, 수술이 없이 비만수술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약물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편, 실리는 의사나 외과의가 아닌 실험실의 과학자입니다. 그래서 나는 그가 비만수술의 효용을 강조하고 오늘날 비만환자들을 비난하는 문화를 안타까워할 때 놀랐습니다.

“사람들은 의지가 없는 사람들이 수술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비만수술은 비만환자가 무언가를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환자의 본질적인 신진대사를 바꾸어 더 이상 먹을 필요가 없게 하는 것입니다.”

그럼 왜 보통 사람들은 비만수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까요?

“날씬한 사람들은 자신의 노력에 의해 자신이 날씬해 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자신의 환경을 조절하며 자신은 맥도날드를 가지 않으며, 헬스장을 자주 이용하기 때문에 뚱뚱해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올바른 표현이 아닙니다. 뚱뚱한 사람을 뚱뚱하다고 비난해서는 안됩니다.”

나도 그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비만이 의지력과 무관하다는 수많은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10여년 전, 미국의 16개 의료기관은 수천명의 과체중과 당뇨를 가진 비만환자에게 식단조절과 운동을 강조하는 엄격한 체중조절 프로그램에 가입하도록 하였습니다. 지난 해, 이 실험의 결과로 발표된 내용은 이러한 장기적 집중적 관리가 그들의 체중감소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실리는 비만이라는 병의 특징을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내가 암 연구자 였으면 할 때가 있습니다. 암 연구자는 비행기 옆자리의 사람으로부터 그가 가진 암에 대한 이론을 들을 필요가 없을겁니다. 그러나 비만에 대해서는, 누구나 자신의 이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사람들에게 비만이 의학적인 문제라고 설득하는 것을 어렵게 만듭니다.” (Phenomena)

원문 보기

 

 

veritaholic

Recent Posts

“숨 쉬는 건 범죄가 아니다”…노숙도 마찬가지? 간단치 않은 사정들

미국 연방대법원이 노숙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노숙자를 처벌한 지방 정부(시 정부)의 행동이 위헌이라는 사건에 관해 이번…

23 시간 ago

[뉴페@스프] Z세대 가치관에 문제 있다? 그런데 부모인 X세대가 더 문제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3 일 ago

기후변화로 인한 ‘변화’가 이 정도였어? 뜻밖의 결과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후, 자연 재해는 우리에게 더는 낯선 일이 아닙니다. 아예 "기후 재해"라는 말이…

4 일 ago

[뉴페@스프] 경합지 잡긴 잡아야 하는데… 바이든의 딜레마, 돌파구 있을까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7 일 ago

데이트 상대로 ‘심리 상담’ 받는 사람을 선호한다고? 운동만 자기 관리가 아니다

보스턴 대학에서 일하는 정신과 의사가 ‘자녀의 정신 건강에 과몰입하는 미국 부모들’에 대한 칼럼을 기고 했습니다.…

1 주 ago

[뉴페@스프] 습관처럼 익숙한 것 너머를 쳐다볼 때 비로소 보이는 것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1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