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 착용이 도덕적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눈빛과 표정을 가림으로써 생기는 익명성이 비도덕적인 행위를 할 때 생기는 자의식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어, 선글라스 착용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덜 윤리적인 행동을 하는 것으로 밝혀진 것입니다.
2010년, 토론토 대학의 연구팀은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 학술지에 선글라스 착용이 타인과 재화를 나누는 행위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편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연구를 주도한 첸보종(Chen-Bo Zhong) 박사는 약 80명의 피실험자들 중 절반에게만 선글라스를 착용하도록 한 뒤, 그들로 하여금 낯선 사람과 $6를 똑같이 나누도록 지시했습니다. 단,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낯선 사람은 다른 방에 머무르도록 하여 피실험자들이 어떻게 돈을 배분하는지 전혀 알수 없도록 했죠. 나머지 절반의 피실험자들에게는 색이 없는 안경을 나눠주고 똑같은 내용의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선글라스를 착용하지 않은 피실험자군이 평균적으로 $6 중 $2.71를 낯선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것에 비해, 선글라스를 착용한 피실험자군은 $1.81를 나누어주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선글라스를 착용한 피실험자가 재화를 나누는데 좀더 인색한 모습을 보여준 것입니다.
첸보종 박사는 동일한 피실험자들을 대상으로 실험 중 안경을 착용했을 때 얼마만큼의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느꼈는지 1에서 7까지 점수(1:최저, 7: 최고)를 매겨보라 지시했습니다. 그 결과, 선글라스를 착용한 군에서는 4.7, 그렇지 않은 실험군에서는 4라는 수치가 집계되었습니다. 선글라스를 착용한 피실험자가 그렇지 않은 피실험자들에 비해 익명성이 더 보장된다고 느낀 것입니다.
이처럼, 익명성이 비도덕적인 행동 유발에 기여한다는 첸보종 박사의 연구결과는 선행연구 결과들과도 일치하는 것입니다. 일찍이, 퍼듀 대학(Purdue University)의 심리학자 프랭클린 밀러(Franklin Miller)와 케스린 로월드(Kathleen Rowold)는 마스크의 착용이 비도덕적 행동 유발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사탕이 가득담긴 그릇을 제공하고 그 중에서 오로지 두 개의 사탕만 가져갈 수 있도록 허락했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어린이들이 그렇지 않은 어린이들에 비해 이 규칙을 훨씬 많이 어기는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서부 일리노이 대학 연구팀은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자위는 재밌다”라는 피켓을 들고 좀더 쉽게 캠퍼스를 활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New Repub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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