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이 없는 한 이달 말 쯤에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장악할 것으로 보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가 여자와 어린이들의 등 뒤에서 감히 총을 쏘지는 못할 것이라는 등 강경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죠. 이제는 러시아가 크림반도 외에도 러시아계 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동남부 아조프해 연안 주들을 모두 합병해버리는 시나리오도 상상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시나리오 아래 당장의 승자는 러시아처럼 보이겠지만, 현실을 차근차근 따져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당장 우크라이나는 영토와 인구를 빼앗기고, 충돌로 인한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보게 되겠죠. 그러나 일단 전쟁이 끝나면 우크라이나는 동질성과 단결력이 강화된 국가로 거듭날 것이고, 친러 세력이 약화되면서 각종 경제, 정치적 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할 동력을 얻을 것입니다. EU 및 국제 질서로의 편입도 한결 수월해질 것입니다. 반면 러시아는 승전과 영토 확장에 환호하는 시기가 지나면 여러 골칫거리를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우선 무력으로 합병된 지역의 주민들이 고분고분 러시아 정부를 따를 것이라는 예상은 러시아의 희망사항에 불과합니다. 2014년 2월 중순 키예프 국제사회학연구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그나마 크리미아주에는 친러 성향의 주민들이 많지만 그 외 동남부 지역에는 반러 정서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해, 러시아는 불만에 가득찬 사람들을 새로운 국민으로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죠. 이 지역에 군대 주둔시키는 비용도 만만치 않게 소요될 겁니다. 주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서는 지역 경제에도 신경을 써줘야 할 것이고요. 하지만 불행히도 우크라이나 동남부 주들은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못해, 지금도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의 예산을 축내는 주범입니다. 2013년 상반기에 크리미아, 도네츠크 등 동남부 6개 주가 중앙정부로부터 타간 예산은 25억 달러에 달합니다. 2014년 러시아 정부는 110억 달러의 예산 적자를 예상하고 있는데, 만일 우크라이나 동남부 합병이 이루어지고 이 지역에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면 재정 적자는 45% 증가하게 됩니다. 특히 루한스크 주와 도네츠크 주에는 적자 덩어리인 탄광산업이 자리하고 있는데, 러시아로서는 대규모 해고로 인한 사회적 동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므로 이들 탄광에도 계속 정부 예산을 지원해야 할 겁니다. 또한 전쟁 후에는 러시아인들과 우크라이나인들의 휴가지로 사랑받는 크리미아 주의 관광 산업도 타격을 입을 것이 뻔합니다. 현재 크리미아 주 관광객의 70%는 우크라이나인이고 25%는 러시아인인데, 이들이 크림반도의 해변으로 휴가를 오지 않는다면 이 지역의 경제는 크게 악화될 것입니다.
지난 10여 년간 푸틴은 운이 좋았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계속 오른 덕분에 러시아에는 돈이 넘쳐났죠. 푸틴과 그 측근이 부정한 방법으로 사리사욕을 채우고도 남는 돈으로 국민들의 삶을 향상시킬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와 내년, 나아가 2030년까지 러시아의 연간 GDP 성장 예상치는 세계 평균을 크게 밑도는 2.5%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크리미아와 그 주변 지역을 떠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승리의 기쁨도 잠시, 곧 앞날을 걱정하게 될 겁니다. (Foreign Affai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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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에 민족소요니 경제적 비용이니 하는 접근은 완전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우크라이나, 벨로루시같은 구 러시아제국의 영토를 "자국 영토"이고 "불행히도" 뺏겼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중국이 "티베트"를 자신의 영토라고 생각하고 유지하려고 하는 노력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푸틴같은 정치지도자 뿐만 아니라 러시아 국민들이 같이 생각하는 바입니다. 한국이 독도를 지키기 위해서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고 해서 일본에게 독도를 넘겨줄까요?
우크라이나의 재정수입의 많은 부분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공급되는 가스관의 유통비용에서 나옵니다. 한마디로 우크라이나 재정은 러시아하기 맘대로라는 거죠. 게다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상황으로 자국의 중요수출상품인 가스유통이 막히는 것을 우려해 흑해나 발트해로 우회하는 가스관을 이미 건설하고 있습니다. 특히 흑해를 지나는 가스관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크림반도와 아조프해연안의 합병이 더욱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크림반도는 러시아가 애지중지하는 흑해함대가 있는데다가 역사적으로 공산혁명의 성공의 시발점이 된 "전함 포템킨"의 무대입니다. 크림반도와 아조프해연안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코카서스 지방이 아닙니다. 들어가는 비용보다 얻어내는 수익이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더 많은 곳이죠.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저도 대강 말씀하신 내용대로 알고 있었는데,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점이 흥미로워 이 기사를 가져왔습니다. 서방의 희망사항(?)이 좀 더 뚜렷하게 반영된 칼럼이 아닐까 합니다^^;;
뉴스 페퍼민트 성격이 미주지역에서 발행되는 언론을 요약전달하는 것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서방측 희망사항(?)이 반영되는 칼럼이 올라오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무단점거했다는 시각의 기사가 많긴 합니다만....
어쨌거나 이런 정보를 전달해주시는 기사들을 유용하게 잘 보고 있습니다.^^
크림반도의 손실로 인한 우크라이나가 입을 장,단기적 손실에 관해선 전혀 언급이 없다는게 아쉽네요. 다각도적인 분석을 했으면 좀 더 완전한 글이 됬을텐데. 단지 이것만보면 이따위 땅 차라리 사라져버리는게 훨 낫다는거 왜엔 뭐가 다르나요.
아 그렇다고 뉴스페퍼민트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글을 잘못 올리셨다는건 아니에요. 늘 감사히 잘 보고있습니다. 화이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