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정 불안의 뇌관이라 할 수 있는 크리미아 자치공화국 주민들이 현지시각으로 오늘(16, 일요일) 러시아에 병합 찬반을 놓고 주민투표를 하고 있습니다. 공식 결과는 내일이 지나야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단순 과반만 넘으면 구속력을 갖는 이번 투표를 통해 이변이 없는 한 크리미아 반도는 러시아 영토로 귀속될 전망입니다. 크리미아 반도 주민의 2/3 가량은 러시아인들이고, 우크라이나 내부의 정정불안이 심화되던 지난 2월 이후로 이미 크리미아 반도는 (러시아군으로 추정되는) 친러시아 민병대원들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연합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주민투표가 우크라이나 헌법에 배치되므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러시아와 정면으로 대립하면서까지 문제를 키우는 데에는 주저하는 모습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정리한 이번 주민투표의 다섯 가지 길라잡이를 소개합니다.
1. 19세기 중반 영국과 프랑스의 지원을 등에 업은 오스만투르크 제국과의 전쟁에서 러시아 제국은 패하고 마는데, 이 전쟁이 바로 크리미아 전쟁입니다. 지정학상으로 전략적 가치가 높은 크리미아 반도를 흑해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자 하는 러시아에게 크리미아 반도는 늘 눈여겨봐야 할 앞마당과도 같은 곳이었고, 이는 제국, 공화국, 소비에트연방 시절을 거쳐 지금의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변하지 않았습니다. 1954년까지 크리미아 반도는 러시아공화국 치하에 있었고,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던 1991년에 자치공화국을 설립하고 우크라이나 영내에서 상당 수준의 자치권을 인정받아 왔습니다.
2. 러시아 정부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이 크리미아 반도에 있는 “자국민(러시아인)”들의 안전 문제입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전체 인구의 25% 정도인 반면 주민의 2/3 가량이 러시아인들이다 보니, 러시아 정부의 주장이 전혀 터무니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인들의 신변은 어떠한 위협에도 노출된 적이 없다며, 러시아가 있지도 않은 자국민들의 안전 문제를 구실 삼아 영토를 병합하려 한다고 주장합니다. 뚜렷한 증거는 없지만, 러시아 정부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우크라이나 헌법상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러시아가 병합하는 건 국제법 위반의 소지가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에 군사 원조를 요청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군사식량 일부를 지원하는 것 외에는 개입에 신중한 모습입니다.
3. 오늘 주민투표의 선택지는 두 가지. 러시아로 병합하느냐 또는 우크라이나 내 크리미아 자치공화국으로 남되 더 많은 자치권을 요구하느냐입니다. 이번 투표는 러시아계 주민들이 주도로 러시아 정부의 암묵적이지만 전폭적인 지원 하에 치러지는 투표입니다. 두 가지 선택지 모두에 동의할 수 없는 타타르(Tatar)족을 비롯한 크리미아 반도 주민들은 투표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때문에 러시아로의 병합 찬성률은 굉장히 높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4. 미국과 유럽연합은 이번 주민투표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 미국 정부는 러시아 주요 인사의 비자 발급을 제한했고, 의회는 우크라이나에 10억 달러 긴급 대출을 승인하는 등 행동에 나서긴 했지만, 동시에 러시아를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려 조심하고 있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5. 러시아는 어느 정도 대립을 불사하면서도 크리미아 반도에서의 이권을 관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크리미아 반도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자치공화국 민병대들은 흑해함대 소속 러시아군이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고, 러시아 정부는 이미 투표 이후 병합 절차를 두고 여러 방안을 검토해 왔습니다. 하지만 크리미아 반도 내에 남아 있는 우크라이나 병력과 주요 기간시설 등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어떻게든 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불씨가 커질 위험도 적지 않아 이 문제는 단시간 내에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Wall Street Journal)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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