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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는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주목받는 장난감 회사가 되었나

요즘 어딜 가도 레고와 관련된 상품이나 뉴스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레고 무비(The Lego Movie)”는 3주간 미국 박스 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한 뒤 현재 2위를 달리고 있고 영화와 관련된 상품은 레고 매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레고는 지난 10년간 수익을 네 배로 늘리면서 엄청난 성장을 거듭했고, 2012년에는 하스브로(Hasbro)를 인수하면서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장난감 기업이 되었습니다. 장난감 업계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매텔(Mattel)은 이러한 레고의 위협으로부터 자리를 지키기 위해 캐나다 기업인 메가 블록스(Mega Bloks)를 인수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는 여러 가지 면에서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레고의 고향인 덴마크 농촌 지역인 빌룬트(Billund)는 너무 작아서 레고가 직접 호텔을 지어야 했습니다. 또 장난감 사업은 매우 까다롭습니다. 계속해서 유행이 바뀌고 기술 혁신으로 큰 동요를 겪기도 합니다. 어린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빨리 자라며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세계에서 컴퓨터나 태블릿을 가지고 노는 가상 세계로 이동하고 싶어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레고가 2003~2004년에 거의 문을 닫을 뻔 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습니다. 당시 레고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너무 다양한 제품을 양산했으며 라이프스타일 기업이 되겠다며 레고 브랜드의 옷이나 시계 생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절망적이었던 레고가 다시 성공 궤도에 오른 것은 요르겐 누드스톱(Jorgen Knudstorp)을 CEO로 임명하면서부터였습니다. 35살에 불과한 맥킨지 경영 컨설턴트 경력의 누드스톱을 CEO로 임명하는 결정은 분명 모험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성공했습니다. 불필요한 사업을 줄이고 레고의 핵심 제품에 주력했으며 심지어 레고의 테마 파크를 팔아치우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의 재임 기간 동안 레고의 블록 가지수도 12,900개에서 7천 개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는 혁신과 전통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자 했습니다.

레고가 계속해서 성공할 수 있을까요? 레고의 성장 속도는 더뎌지고 있습니다. 2013년 레고의 순이익은 9% 성장했는데 이는 2012년 35%에 비하면 크게 낮아진 수치입니다. 누드스톱 역시 레고 앞에 놓인 도전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레고는 조직의 능력을 확대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세계화를 적극 수용하고 있습니다. 레고는 체코와 멕시코에 있는 현지 공장을 확대하고 헝가리와 중국에도 새로운 생산 공장을 지을 예정입니다. 경영 역시 세계화되고 있습니다. 런던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와 중국에 지역 오피스를 개설했는데, 이는 서구에서 거둔 성공을 아시아로 확장하기 위한 도전입니다.

세계화 전략은 물론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사실 레고의 중국 진출은 늦은 감이 있습니다. 이미 다른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한 뒤 성공하지 못하고 나오는 상황에서 레고는 뒤늦게 중국에 진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레고의 본질이 덴마크의 작은 마을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세계화 전략과 충돌하기도 합니다. 레고의 창업자인 올레 커크 크리스티안센(Ole Kirk Kristiansen)은 기업 이름을 만들 때 덴마크어로 “잘 논다”는 뜻을 나타내는 두 글자, leg godt의 앞 두 알파벳을 따왔습니다. 그리고 그는 기업의 강령을 “우리 안에 존재하는 동심을 키우는 것(nurture the child in each of us)”으로 정했습니다. 레고가 예전에 제품 디자인 사업부의 일부를 밀라노 오피스로 이전한 것은 이러한 레고의 소명에 배치되는 결정으로 결국 큰 재앙이었습니다. 따라서 레고가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 진출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화 전략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중국의 중산층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서구의 장난감 시장은 정체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또 레고는 세계화 전략에서 한 가지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양의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신흥 경제국가들의 부모들 역시 레고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좋은 제품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른들은 레고가 비디오나 디지털 게임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을 대체해 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경우 레고가 자신들의 교육 시스템이 아이들에게 가르치지 못하는 것, 즉 창의성을 길러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conomist)

장난감 기업의 매출 시계 추이 (상단), 장난감 기업의 고용 인원 수 변화 (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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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n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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