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전후로 프리모 레비나 엘리 비젤 등을 필두로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회고록이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나치 유대인 학살의 생존자들을 부모로 둔 이른바 “홀로코스트 2세대”들의 이야기는 세상에 드러난 것이 거의 없습니다. 이들은 필연적으로 부모의 트라우마에 영향을 받으며 자라났지만, 너무나도 거대한 비극의 무게 때문에 자신들의 경험을 소리내어 말할 수 없었습니다.
리타 골드버그(Rita Goldberg)의 새 책 <모국: 홀로코스트와 함께 성장하기(Motherland: Growing up with the Holocaust)>의 저자 사인회에는 비슷한 사연을 품은 2세대들이 여럿 참석했습니다. 이들은 무거운 역사에 짓눌려 살아온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누군가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써줬다는 기쁨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골드버그의 부모가 겪은 일도 여느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삶과 마찬가지로 드라마 그 자체입니다. 안네 프랑크의 가족과 가까이 왕래했고, 벨기에에서는 레지스탕스 활동에 가담했으며, 수용소에 끌려갔고, 이스라엘 독립전쟁에서 활약했죠. 1949년 스위스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골드버그는 너무나 어린 나이부터 “진실”을 생생하게 전해들었습니다. 그녀는 공포에 사로잡히고 영웅담에 압도되어 자신의 삶이 별 것 아니라는 컴플렉스에 시달리기도 했죠. 그리고는 중년이 되어서야 자신과 자매들이 “평생을 나의 것도 아닌 기억에 짓눌려 살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최근 들어 골드버그의 책과 비슷한 홀로코스트 2세대의 회고록들이 속속 출판되고 있습니다. 폴란드 출신의 한 유대계 작가는 뿔뿔이 흩어진 가족의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기도 했고, 나치 헌터로 활약한 삼촌의 이야기를 쓴 2세대 작가도 있습니다. 홀로코스트 가해자 쪽의 자녀가 펴낸 책도 있습니다.
2세대의 회고록 저술 과정은 때로 고통스럽지만,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재발견하는 과정입니다. 골드버그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자녀와 손자손녀 세대도 가족들의 과거를 조금은 기억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Economist)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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