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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가제 영화, 일본 우경화 우려 부채질하나

2차 대전 당시 미 함대를 공격하기 위해 조직된 ‘가미가제 파일럿’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영원의 제로>가 일본에서 인기를 엄청난 끌고 있습니다. 자살 특공대에 대한 논란은 늘 있었지만, 일본 국내에서 이 소재가 이렇게나 인기를 끈 것은 처음입니다. 극장에서 이 영화를 세 번 보았다는 한 청년은 요즘의 ‘초식남’들과 달리 영화의 등장인물들이 남자답고 목적이 있는 삶을 살았다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신조 아베 총리도 이 영화를 보고 “감동 받았다”는 평을 남겼죠. 이 영화의 원작을 쓴 소설가 히아쿠타 나오키는 아베 총리의 측근으로, 작년에는 공영방송국 NHK의 경영위원을 임명된 인물입니다. 난징 대학살이 “없었던 일”이라고 말한 도쿄도지사 후보 다모가미 도시오를 지지하며 선거 운동을 도운 인물이기도 하죠.

영화가 인기를 끄는 와중에 일본 정부는 가미가제 특공대원들이 남긴 편지와 기록물 등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올리려는 계획도 추진 중입니다. 마그나카르타와 프랑스의 인권 선언문이 이름을 올린 바로 그 세계기록유산입니다.

그러나 영화와 기록물이 가미가제 특공대의 모습을 제대로 담아내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 우익은 이들을 애국심 넘치는 영웅으로 포장하고 싶어하지만, 역사학자들은 대부분의 특공대원들이 자원을 강요당했다고 말합니다. 유네스코 기록에 등재하려는 편지도 강요하에 쓰여졌거나 상부에서 검열을 거친 것이라는 지적도 있죠.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이 우려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영화의 히트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보수주의자의 시각에서 보아도 극우에 가까운 다모가미 도시오는 도지사 선거에서 꽤나 많은 표를 얻으며 선전했고, 20대 유권자의 4분의 1, 특히 20대 남성 유권자들이 타모가미에게 표를 주었다고 하니까요.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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