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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아이칸, 강박적인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의 투자회사 RJR 나비스코의 CEO 스티븐 골드스톤은 아이칸을 ‘봄의 통과의례’라고 불렀습니다. 매년 담배와 제과 사업을 분리하라는 압박에 대응해야했기 때문이지요. 아이칸은 이사회에서 다른 주주들을 끌어들여 영향력을 키우려했고, 실패 후에도 지치지않고 지속적으로 공세를 가했습니다. 아이칸의 끈질긴 집착은 이 주에도 효력을 발휘했습니다. 4년간 투자해던 제약회사 포레스트 랩스를 250억 달러 가치로 매각한 것이죠.

이번 포레스트 매각은 행동하는 투자자가 기업경영진에 맞서 주주의 권리를 찾아야한다는 아이칸의 철학을 다시 한번 설파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이칸은 1980년대 이래 악명높은 “기업사냥꾼”으로 이름을 날리며 “탐욕은 선”을 모토로 삼는 고든 게코라는 영화 캐릭터의 모델이 되기도 했었죠. 그러나 1980 년대 이후 달라진 점은 오늘날 주류 투자자들이 행동주의자의 주장에 귀를 기울인다는 겁니다. “아이칸이 나타나면 주주들이 흥분합니다. 그는 부드럽지만 단단하고, 분석은 정확합니다. 능력있는 사냥꾼이지요.”

아이칸은 포레스트에 11.4% 지분 투자 후 두번이나 위임장 대결을 벌이며 경영권 장악을 추진해왔습니다. 경영진이 잘못하여 기업 가치를 망쳐놓은 기업이라며 CEO 하워드 솔로몬의 퇴진을 요구했고, 이사회 내 세력을 넓히며 지속적으로 압박하였으며, 결국 경영진을 바꾸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주주들에게 25% 수익을 가져올 이번 매각을 성사시키고, 17억 달러 수익을 거두었지요. 2013년 31% 수익률 기록에 이어 2014년도도 훌륭하게 시작한 셈입니다.

칼 아이칸은 뉴욕 퀸즈에서 교사와 가수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특유의 강박적인 집착증으로 프린스턴 대학 철학과 학위를 얻었고, 의사가 되길 바라던 부모의 기대를 버리고 1968년 월스트리트에서 트레이더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200억 달러 규모의 개인펀드를 운영하며 행동하는 투자자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는 그의 수익률이 S&P 500 실적의 10%를 상회한다며 투자자의 ‘행동’이 얼마나 많은 가치를 가져오는지 설파합니다. “주주 행동주의가 해롭다는 주장은 이미 입증된 사실에 반발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피를 흘리는 것이 환자를 죽인다고 입증되었음에도 훌륭한 치료 방법이라고 주장하던 19세기 의사들을 떠올리게하죠.” 그리고 오늘날의 주주들은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입니다.

이제 칼 아이칸은 소셜미디어가 캠페인에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그의 트위터 @Carl_C_Icahn은 주가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죠. “우리는 애플 주식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고, 현재 매우 저평가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팀쿡과 오늘 이야기했죠. 자세한 얘기는 더 올리겠습니다.” 지난 8월에는 140자 트윗으로 애플의 주가를 5%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애플이 보유한 1600억 달러 현금을 주주들에게 돌려줘야한다고 압박을 시작했습니다. 결국 다른 주주들의 지지를 얻는 데는 실패했지만 애플은 자사주 매입량을 늘렸습니다.

칼 아이칸은 무엇에 성공하고 무엇에 실패했을까요? RJR 나비스코의 골드스톤은 칼 아이칸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CEO 방식대로 분할하고 운영하고, 간섭없이도 아이칸의 성공적인 투자로 남았습니다. 아마 아이칸의 가장 큰 성공은 투자자 행동주의를 주류로 만들었단 걸 겁니다. (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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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sangju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열린 인터넷이 인류의 진보를 도우리라 믿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낙천주의자 너드입니다. 주로 테크/미디어/경영/경제 글을 올립니다만 제3세계, 문화생활, 식음료 관련 글을 쓸 때 더 신나하곤 합니다. 트위터 @heesangju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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