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리아는 자본주의자들의 돈으로 만들어진 공산주의 도시다.” 1990년대 중반, 브라질의 수도를 돌아보고 온 폴란드 대통령이 소감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고 하죠. 실제 브라질리아의 도시 디자인을 맡았던 인물이 104년 평생을 공산주의자로 살다간 오스카 니마이어(Oscar Niemeyer)인줄 알고 한 말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이번 주 브라질 땅을 난생 처음 밟은 폴란드 출신의 특파원도 브라질리아에서 고향 바르샤바를 떠올렸습니다. 물론 도시의 규모나 기후도 다르고, 지난 20년 간 많이 달라진 바르샤바와 달리 브라질리아는 80년대에 갇혀있다는 인상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점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우선 역사적으로 평행이론이 성립합니다. 두 국가 모두 독재를 겪었지만, 그 경험이 이웃 국가들만큼 혹독하지는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양 쪽 모두 평화적인 민주화를 이루었고,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었지만 곧 기적적인 경제 성장을 일구어냈죠. 두 나라 모두 노조 지도자 출신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는데, 두 지도자 모두 우려와 달리 원칙과 책임감을 가지고 (적어도 초기에는) 나라를 잘 이끌었습니다. 양 국 모두 자신감이 약간은 결여된 상태에서 역내 중심국가 역할을 자처하고 있고, 외부의 칭찬이나 지적에도 매우 민감합니다. 외신이 두 나라에 대해 한 마디 하면, 국내에서는 그 내용이 헤드라인으로 실리죠. 독재를 겪은 경험 때문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사회적 신뢰는 낮은 편입니다. 양심 계산대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죠. 대신 하향식으로 신뢰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엄청난 관료주의가 생겨났습니다. 이를 피해가기 위한 “지름길”도 함께 생겨났고요. 양 국 모두 종교적인 이유로 낙태를 제한하고 있지만, 비공식 임신 중절 산업이 크게 발전해있는 것을 한 가지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물론 두 나라 사이에는 다른 점도 아주 많고, 신임 특파원 역시 미국이나 영국 출신의 전임자들과 마찬가지로 행정기관의 레드 테입을 피해갈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두 나라에는 이렇게나 많은 공통점들이 있어, 신임 특파원의 업무가 아주 조금 쉬워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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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에 갖혀--> 갇혀 가 맞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수정하였습니다.
기사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단락의 red tape는 우리말로 번역하는 것이 좋겠어요. 그대로 쓰면 무슨뜻인지 잘 와닿지 않으니까요. tedium red tape, 라고 되어있으니 '짜증나는 관료주의', 또는 '지겨운 행정편의주의', 이렇게 쓰면 훨씬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아요ㅎㅎ 저도 red tape이 뭘까 갸우뚱하다가 푸름님 댓글 덕분에 한 가지 더 배워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