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열리고 있는 소치 동계올림픽과 관련한 주된 이야깃거리 가운데 하나는 성소수자들을 가혹하게 박해하는 러시아 정부였습니다. 외신들은 앞다퉈 러시아에서 동성애자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도했고, 소치의 유명한 게이바 마야크(Mayak)에는 취재를 위해 동성애자들을 찾는 기자들로 붐볐습니다. 외국어를 다 알아듣진 못하지만, 하루에 족히 열 명은 넘는 기자들이 카메라 앞에 서서 아마도 뻔한 내용을 앵무새처럼 읊조리고 있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몰려드는 취재진에 마야크의 단골 손님들은 마치 동물원 원숭이라도 된 기분이었을 겁니다. 러시아 정부의 성소수자 정책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비판하는 건 정당한 비판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보도를 하는 언론은, 그 보도를 접하고 마음껏 러시아 정부를 비웃는 개인과 기업은, 그리고 그 나라와 사회는 대단히 진보적이고 평등한 성소수자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걸까요?
영국의 코메디언이자 트랜스젠더인 에이브리 에디슨(Avery Edison)은 지난주 화요일 캐나다에 친구를 보러 갔다가 토론토 공항에서 자신이 발급받았던 학생 비자가 만료됐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몇 시간에 걸쳐 심문에 가까운 모욕적인 질문들을 들은 뒤 그녀는 남자들만 있는 유치장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영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민 업무를 담당하는 내무부의 관련 문서를 보면 조사관이 망명을 신청한 외국인 양성애자에게 “남자 엉덩이의 어떤 부분이 성적 흥분을 일으키던가요?”와 같은 쓸데없고 부적절한 질문을 물었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내무부 대변인은 “성적 지향으로 인해 처벌을 받을 우려가 있는 외국인은 본국으로 추방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영국 내무부는 모국인 우간다로 송환되면 사형될 위험에 처한 동성애자 재클린 난툼베(Jacqueline Nantumbwe)에게는 원칙을 적용하지 않고, 추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동성애를 지지한다”,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을 하거나 탄압을 하는 정부는 야만적이고 후졌다”
비판과 비난은 언제나 자유이고 저 또한 이런 비판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말로만 비판하고 지지를 표시하는 데는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보다 적극적인 행동이 요구될 때, 또는 위에서 사례로 들었던 경우처럼 내가 속한 사회의 인식 수준도 딱히 남을 욕할 만한 정도는 아니라는 걸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되면 사람들의 태도는 적잖은 경우 달라집니다. 성소수자들이 겪었을 정체성의 혼란, 삐딱한 사회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과 말 못할 아픔을 공감하고 내가 발딛고 있는 공동체에서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고쳐나가는 노력이 더해질 때, 러시아 정부를 향한 비판에 더욱 힘이 실릴 것입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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