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선거 자금은 매년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가을에 치러질 중간 선거가 9개월이나 남았지만 이미 모금과 지출 경쟁에는 불이 붙었습니다. 2012년 대선 때는 선거 자금이 총 2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같은 민주주의 선진국이라도 프랑스는 대통령 선거 한 번에 3천만 달러 정도가 쓰이니, 미국이 유독 선거에 돈을 많이 쓰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2010년 시티즌즈 유나이티드(Citizens United)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꼽습니다. 기업이나 노조의 독립적, 즉 특정 후보의 선거 본부에서 관여하지 않은 정치 광고에 대해서는 액수 제한을 둘 수 없다는 판결이었죠. 이후 기부자의 이름을 공개해야 하지만 제한 없이 모금하고 지출할 수 있는 “수퍼팩(Super PAC)”과 지출에는 다소 제한이 있지만 기부자를 밝히지 않아도 되는 비영리 “501(c)(4)”를 중심으로 선거 자금 지출이 엄청나게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 미국 선거의 역사는 2010년보다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GDP 기준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간 1896년 대선의 경우, 2-5위 선거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선거 자금이 소요되었으니까요.
미국에서라고 선거 자금 관련 제한이 전무한 것은 아닙니다. 노조나 기업은 특정 후보에게 직접 돈을 기부할 수 없죠. 그러나 미국 대법원은 개인이나 집단이 광고를 통해 정치적인 의사를 드러내는 것을 헌법 상 “표현의 자유” 조항에 의해 보호받는 “표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미국 선거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이유는 광고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에 의해 보호받고 있기 때문인 겁니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현실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10년 판결 당시에도 소수의견을 낸 판사 가운데 한 사람은 “기업과 노조, 그리고 이들의 이해관계가 지나치게 큰 역할을 해 선거 제도를 손상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기부자가 내는 “어둠의 돈”이 가져올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독립적 집단”과 “선거 운동 본부” 사이의 경계가 분명치 않다는 것도 문제가 되죠. 그러나 앞으로도 선거 자금이 줄어들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대선은 2년이나 남았고 힐러리 클린턴이 아직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도 않았는데, 클린턴을 지지하는 한 수퍼팩이 이미 4백만 달러 이상을 모금했으니까요.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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