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만난 알바니아 남자에게 몇 시간 만에 “사랑해(Ti amo)”라는 말을 주고 받은 적이 있습니다. 모국어인 영어로는 잘 모르는 사람에게 함부로 “사랑해(I love you)”라는 말을 하지 않으니, 저에게 있어 이탈리아어가 갖는 감정적인 의미는 아주 가볍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나의 어머니는 30년 넘게 미국에서 살았지만, 여전히 장보기 목록을 작성할 때나 운전 중 다른 운전자에게 소리를 지를 때는 모국어인 아랍어를 쓰십니다. 무엇보다도 남편이나 딸들을 부르는 애정어린 호칭은 모두 아랍어죠.
보스턴대 심리학과의 캐서린 해리스(Catherine Harris) 교수에 따르면, 기도, 거짓말, 분노와 애정의 표현, 욕설 등 사적이고 내밀한 표현일 수록 모국어가 가장 강렬하게 와닿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새로운 언어를 오랫동안 사용하게 되면 그 위치가 바뀔 수도 있는데요, 특히 “감정적인 맥락에서 배우고 사용한” 언어는 정서적인 의미를 갖게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연애로 배운 언어와 교실에서 공부한 언어는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남녀 간 화법 차이에 대한 저서를 쓴 조지타운대 언어학과의 데보라 테넌(Deborah Tannen)은 첫 남편이 그리스인이었는데, 미국인인 지금의 남편에게도 그리스어 애칭을 씁니다. 테넌은 모국어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면 서로 언어를 배우게 되는데, 자신이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해당 언어가 갖는 의미도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특히 가족 간에 쓰는 말들은 아주 사적인 의미를 갖게 되기 때문에, 뜻만 같은 타 언어로는 그 따뜻함이 전해지기 어렵다고 합니다. 유대계 미국인들에게 할머니는 영원히 “Bubby”인 이유죠. 우리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아랍어 애칭 “Habibi” 대신 영어 애칭 “Sweetheart”를 쓴다면, 이는 제가 이탈리아에서 낯선 남자에게 했던 “Ti amo”와 비슷한 무게감을 갖게 될 겁니다.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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