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의 정적들은 대통령이 극도로 자기중심적인 인물이라고 비판하면서, 그가 연설에서 “나(I)”, “나에게(me)”, “나의(my)”와 같은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어왔습니다. 이것이 사실일까요? 실제로 세어보면 알 수 있겠죠. 펜실베니아대학 언어학과의 마크 리버먼(Mark Liberman) 교수가 실제로 대통령 연설을 모두 검토한 결과, 대통령은 오히려 “나”라는 단어를 다른 대통령들에 비해 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녕 우리 귀에는 이렇게 자신이 듣고싶은 것만 들리는 것일까요? 오바마가 많이 쓰는 구절로 알려진 “분명한 것은 (make no mistake)”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대통령의 연두교서를 하루 앞둔 날, 뉴햄프셔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은 오바마가 연설 중에 저 표현을 몇 번이나 쓸지 맞춰보자는 트윗을 올렸습니다. “언어적 틱 장애(verbal tick)”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요. 그래서 이번엔 제가 오바마 대통령의 연두교서를 몽땅 검색해보았습니다. 대통령은 5년 간 연두교서에서 저 표현을 딱 한 번 썼더군요. 그 사실을 트위터에 올리니, 라디오 프로그램 측에서는 센스있는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우리가 대통령 성대모사를 너무 많이 봐서 착각한 것 일까요? 정말이지 (make no mistake) 부끄럽네요.”
그렇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정말로 좋아하는 단어는 무엇일까요? 리버먼 교수에게 문의했더니, 다른 대통령들에 비해 오바마가 선호한 단어들(접속사와 대명사는 제외)은 일자리, 비지니스, 혁신, 공화당원, 아이들, 대학, 기업, 민주당원(jobs, businesses, innovation, republicans, kids, college, companies, democrats)이었습니다. “사회주의자”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는 대통령 치고는 기업이나 혁신 같은 단어를 많이 사용하지요? 다른 대통령에 비해 덜 선호하는 단어는 평화, 프로그램, 연방, 자유, 경제의, 십억, 국가들, 세계, 자유로운, 국가의, 프로그램들, 희망, 전쟁, 제공하다, 정책(peace, program, federal, freedom, economic, billion, nations, world, free, national, programs, hope, war, provide, policy)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 오바마는 “자유”와 “연방”을 싫어하고, 심지어는 “희망”을 싫어하는 대통령이었던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주 쓰는 단어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매의 눈을 가진 독자들이라면 이코노미스트 페이지 오른편에서 실시간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를 보여주는 구름 모양 도표를 보셨겠죠. 세월의 흐름이나 사회의 변화에 따른 언어의 변화도 재미난 주제입니다. 예를 들어, 똑같이 “자유”를 의미하는 단어 중에서도 liberty의 사용 빈도는 점점 줄어들었고, 그 자리를 freedom이 대신하게 되었죠. 여러 주(state)가 모인 “미 합중국(The United States)”이 복수가 아닌 단수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남북전쟁 즈음입니다.
분명한 사실은 단순한 단어 빈도수 조사가 연설문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아니라는 겁니다. 단어 빈도수로만 연설문을 분석하면 “나는 아이들을 싫어하고 기업을 사랑한다”라는 문장이나, “나는 기업을 싫어하고 아이들을 사랑한다”라는 문장이 똑같이 읽히겠죠. 대통령이 “나는 이 사안이 나의 일이 아니라 의회 소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문제를 해결하려 나서지는 않겠다”라고 말했어도, “나”와 관련된 단어가 세 번이나 나오니 자기중심적,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결론이 나오는 겁니다. 그러니 정치인의 언어를 분석할 때는 단어 수를 세더라도 단순히 세기보다는 다른 정치인의 단어 사용과 비교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실제로 그 단어가 어떤 맥락에서 사용되었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맥락없는 분석은 의미가 없습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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