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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월드컵 공사현장 이주노동자들의 삶은 여전히 지옥

지난해 9월 말 영국일간지 가디언은 2022년 카타르에서 열리는 피파(FIFA, 국제축구연맹) 월드컵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네팔을 비롯한 다국적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너무 열악해 수십 명이 죽어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탐사보도했습니다. (관련 뉴스페퍼민트 글) 안 그래도 날씨나 축구 인프라 등 여러 가지 조건이 월드컵을 개최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카타르에 개최를 결정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던 피파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한층 거세졌습니다.

당시 가디언은 6월 초부터 8월 초까지 두 달여 기간 동안 네팔 국적 이주노동자가 최소한 44명 숨졌다고 전했습니다. 매일같이 섭씨 40도가 넘는 불볕더위에도 잔업에 내몰린 데다 비위생적인 생활환경이 더해져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문제를 제기해 온 네팔의 한 시민단체와 가디언이 사망자 수와 노동환경에 대한 취재를 꼼꼼하게 더한 결과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공사현장에서 숨진 네팔 국적 노동자는 최소한 185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체가 네팔로 주검이 되어 돌아온 시신을 직접 확인한 경우만 선별해 집계한 데다, 네팔 노동자들이 월드컵 공사에 동원된 이주노동자들의 1/6 정도만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망자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노동 시간을 비롯한 제반 환경을 즉각 개선하지 않는다면 월드컵이 열릴 때까지 죽어나가는 노동자가 4천 명에 이를 것”이라던 국제노동조합연맹(ITUC, International Trade Union Confederation)의 경고가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블래터(Sepp Blatter) 회장은 이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월드컵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해 빈축을 샀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주검이 되어 돌아오는 노동자들의 상황에 대한 인식이 전무했다는 걸 고백한 꼴이었죠. 그 이후로 블래터 회장과 피파 관계자들은 언론과 마주할 때마다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며 카타르 정부, 국제단체 등과 협의해 상황을 개선하겠다고 말해 왔습니다. 하지만 피파가 카타르 왕실과 협의해 진상을 파악하고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대책을 내놓은 것 외에 취한 실질적인 조치는 없었습니다. 막대한 오일 머니로 월드컵을 유치한 카타르 정부에게도 이주노동자들이 죽어가는 상황은 월드컵 개최 자격을 박탈해가지 않는 한 별로 신경 쓸 일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네팔 시민단체들은 월드컵을 후원하는 대기업들에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코카콜라, 아디다스, 비자카드, 현대자동차, 버드와이저 등 공식 스폰서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카타르 정부도 위협을 느끼겠죠. 하지만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월드컵에서 과연 기업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할까요? 이주노동자들의 지옥 같은 삶을 해결해 줄 실마리는 좀처럼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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