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지벌레(scale insects)는 식물에 붙어 수액을 빨아먹고 사는 매우 작은 크기의 벌레입니다. 깍지벌레는 거의 모든 나무의 잎사귀 아래에 붙어 있습니다. 깍지벌레는 나무에게는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존재이지만 인간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적어도 지난해, 한 연구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되고 있었습니다.
그 연구는 물푸레나무(ash tree)와 깍지벌레의 한 종류인 호리비단벌레(emerals ash borer)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물푸레나무는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흔한 나무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2002년 아시아의 호리비단벌레가 미시건 주에 나타났고, 이들은 미시건 주에서만 수천만 그루의 물푸레나무를 고사시켰습니다.
이 사건은 나무가 인간의 삶에 끼치는 영향을 대규모로 연구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나무는 인간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생각되어 왔습니다. 나무는 공기를 정화해 공해를 줄이며 도시의 기온을 낮춥니다. 우리는 숲의 존재가 공해와 관련된 질병인 심장병, 호흡기 질환, 저체중 영아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습니다. 즉 벌레의 증가는 나무의 수를 낮추게 되고, 결과적으로 사람들의 사망률을 높일 지 모릅니다. 과학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술집에 앉아 종종 이런 생각을 떠올리지만, 이른 아침 상쾌한 공기에 의해 맑아진 정신은 지난 밤의 놀란만한 아이디어들 중 대부분이 바보같은 아이디어였음을 알려줍니다.
하지만 이 벌레와 사망률의 관계는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이들은 나무의 피해가 적어도 21,000명의 사망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호리비단벌레가 물푸레나무를 많이 고사시킨 동네에서는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또 다른 연구는 가구 주변의 나무의 수와 아기의 체중에 관련이 있음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연구들은 깍지벌레가 인간의 삶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들입니다.
그러나 끝없이 나무를 먹어치우며 증가하는 깍지벌레들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그것은 “왜 지구는 나무로 덮여 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누군가는 나무를 어느정도 남기는 것이 이 벌레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벌레들은 그렇게 영리하지 않습니다. 나는 벌레들이 먹을 수 있는 나무를 남겨두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사실 지구를 푸르게 만들어 주는 것은 이들의 포식자들일 겁니다. 그러나 깍지벌레의 경우 포식자보다 이들의 수를 더 제한하고 있는 것은 바로 기생곤충(parasitoids)들입니다. 기생곤충이란 다른 벌레의 몸에 알을 낳는 곤충을 의미합니다. 이들의 종류는 새와 포유류를 합한 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기생곤충들 중 많은 종류가 깍지벌레를 알을 낳는 숙주로 이용합니다. 결국 기생곤충은 나무를 보호하고 있는 셈이며, 결과적으로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주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자연계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자연에는 중복기생곤충(hyperparasitoids)이라 불리는 종들이 또 있습니다. 이들은 기생곤충의 알이나 몸 안에 자신들의 알을 낳습니다. 앞서의 논리를 적용하자면, 중복기생곤충은 깍지벌레의 친구들이며 인간의 적이 됩니다.
인간과 나무, 깍지벌레, 기생곤충, 중복기생곤충의 전투는 어디에서나 계속되고 있습니다. ‘나무’ 팀은 이 전투에서 대체로 승리해 왔지만 북미에서 호리비단벌레가 일으킨 사태에서 보듯이 승리의 무게추는 어느 쪽으로든 기울 수 있습니다. 이 전투에서 인간의 역할은 대체로 제한되어 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확실한 한가지 이로운 행동은 나무를 심는 일입니다. 도시의 나무는 기온을 낮추며 공해를 줄입니다. 때로 우리는 열매를 먹을 수 있고 시원한 그늘에서 쉴 수 있습니다. 그 때, 당신이 나뭇잎 아래 작은 깍지벌레와 이 벌레에 알을 낳으려는 말벌을 우연히 보게 되었을 때, 당신은 이들의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Scientific Ameri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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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생각한 나무의 역할이 사망률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니.. 신기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