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단편소설 작가 Etgar Keret가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글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나치(Nazi)”라는 단어는 가장 모욕적인 욕설입니다. 경찰이든 군인이든 선출직 공무원이든 호전적이고 타인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지칭할 때 주로 쓰이는 말이죠.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후손인 나에게는 분명 불편한 단어입니다. 이스라엘 국회는 지난 주, 부적절한 상황에서 “나치”라는 단어를 쓰는 일을 금지하는 법안을 예비 승인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에서도 많은 사람들은 이 법안이 유치하고 바보같다고 생각합니다. 파시즘적이고 비민주적인 법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죠.
지금의 이스라엘과 똑같은 평행우주의 이스라엘을 상상해봅시다. 맑은 날씨와 아름다운 해안, 표적 살인과 로켓포가 난무하는 똑같은 나라지만, “나치”와 “파시스트”, “비민주적” 등의 단어가 쓰이지 않는 곳이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이 곳이 과연 현실의 이스라엘보다 좋은 곳일까요? 이번에는 또 다른 이스라엘을 상상해봅시다. “나치”라는 단어가 자유롭게 쓰이기는 하지만, 진심으로 평화 협정을 추구하고 이웃의 팔레스타인인들을 골칫거리가 아닌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는 그런 나라가 있다고 상상해보는 겁니다. 우리 조부모와 부모가 겪었던 끔찍한 인종차별을 의원씩이나 되는 사람들이 몸소 실천하고 있는 나라가 아닌, 아프리카계 난민들에게도 귀를 기울이는 그런 이스라엘을요. 여러분은 아마도 인권과 평화를 수호하는 두 번째 이스라엘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나 현실의 이스라엘은 선출된 정부가 “나치”라는 단어의 사용을 불법으로 만들어버리는 그런 나라죠.
2차대전 당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600일 동안이나 축축한 구덩이 속에 몸을 숨겼던 나의 아버지는 전쟁에서 두 가지 교훈을 얻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는 유대인들이 다른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도록 강해져야 한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유대인들 스스로가 박해나 인종주의의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누구보다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83년 간 언뜻 양립하기 어려워보이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며 살다 가셨습니다. 30년 전 아버지는 노르웨이의 한 기차역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퍼붓고 있는 취객들을 목격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용감하게 그 사이에 끼어들어 취객들을 말리기 시작했죠. 그러나 돌아온 것은 “유대인 놈(kike)”이라는 욕설과 협박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당당하게 “나치 놈들”이라는 말로 맞섰습니다. 오늘날 이스라엘 국회의원들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 아버지는 징역형을 선고받을 죄인이고, 노르웨이의 취객들은 자신의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한 사람들이 되는 것이죠!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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