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킹스 연구소의 중국센터 소장 Jonathan D. Pollack이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장성택의 갑작스런 숙청 이후에도 중국은 여전히 내부의 안정을 강조하는 선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이전처럼 지속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북한을 상대로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의 엄청난 경제 의존도를 빌미로 그에 걸맞는 영향력을 발휘한 적도 없죠. 중국은 북한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유도해왔지만, 북한은 요구와 반항으로 일관해 왔습니다. 한국에 대한 도발은 물론, 모두가 원치 않는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았죠.
장성택은 중국과 가까웠을 뿐 아니라, 평양의 그 누구보다도 풍부한 국제 경험을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각종 사업 관련 이권을 누리며 막강한 경제적 권력을 누리고 있었죠. 중국이 장성택을 통해 제한적으로나마 북한의 개방을 기대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겁니다. 그러나 갑작스런 숙청에서 드러났듯 장성택은 권력을 쌓는 과정에서 적을 많이 만들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제 중국은 가까운 연락책도 없는 상태에서 어리고 변덕스러운 김정은을 상대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혹자는 북한이 중국의 완충국가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중국이 북한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중국은 위험 회피적인 대북정책으로 일관해왔죠. 도대체 중국은 왜 이렇게 북한을 감싸고 도는 것일까요?
일부에서는 한국전쟁 당시의 혈맹 관계가 중국 공산당의 의식 속에 깊이 남아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지금 베이징을 지배하는 것은 훨씬 더 현재적이고 깊이있는 불안감입니다. 배타적이고 중무장한 이웃국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것이 중국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것이죠. 실질적으로 북한의 행동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저 북한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고, 대북정책을 재고할만한 여유가 중국에게는 없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아는 북한은 점점 더 중국의 말을 듣지 않고 있고요.
소극적인 대북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중국이 예외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한국과의 적극적인 교류입니다. 중국은 이미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고,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했을 때 더할 나위 없는 국빈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장성택 사태로 중국이 북한에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것이 다시 한 번 드러났고, 중국의 정책적 우유부단함도 더불어 드러났습니다. 중국이 한국, 미국과 좀 더 긴밀하게 대화하지 않는다면 북한이 역내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한국과 미국은 중국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중국이 이에 화답하지 않고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한다면, 위기의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고 중국의 국익마저 위협하게 될 것입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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