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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 수는 있고 읽을 수는 없는 병

유치원생들의 출석을 확인하려던 그녀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출석부에 써있는 학생들의 이름을 읽을 수 없었던 겁니다. 그녀는 곧 다른 책을 펼쳤지만, 그 글자들 역시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며칠 후, 그녀는 이 증상이 얼마전 겪었던 심장발작이 그녀에게 남긴 병에 의한 것임을 알았습니다. 실독증(alexia)이란 글을 읽을 수 없는 장애를 의미하고 실서증(agraphia)은 글을 쓸 수 없는 장애를 의미합니다. 그녀의 병명은 ‘실서증을 동반하지 않은 실독증(alexia without agraphia)’으로, 곧, 글을 쓸 수는 있으나 읽을 수는 없는 병입니다. 이는 보통 단어맹증(word blindness)이라고 불립니다. 그녀의 사례는 지난 7일 신경학(Neurology)지에 실렸습니다.  

이 병은 프랑스의 신경과 의사 조셉 줄 데저린이 100여년 전 발견했습니다. 데저린의 환자는 도박과 음악을 즐기던 사업가였지만 이 병에 의해 글자와 악보를 읽는 능력을 잃어버렸습니다. 데저린은 그를 4년간 관찰했고, 그가 어떠한 다른 지적 능력도 잃지 않았음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사업을 계속 키웠고 오페라와 카드놀이를 즐겼습니다. 그는 다시는 글을 읽지 못했지만, 손가락으로 글자의 윤곽을 파악해 글을 읽는 방법을 익혔습니다.

데저린의 연구가 중요했던 이유는 그 환자가 최초로 발견된 “분리 증후군(disconnection syndrome)” 환자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부검결과 시각을 처리하는 그의 후두부 피질과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의 일부에 손상이 있었음이 발견되었습니다. 데저린은 그 환자의 단어맹증이 시각영역과 언어영역의 연결이 손상된 결과일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이 유치원 선생님에게도 같은 손상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녀의 MRI 결과 역시 시각영역과 뇌량에 손상이 있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M.P 로 알려진 이 선생님은 100년 전의 환자와 또 다른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 역시 스스로 손가락으로 글자를 읽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논문은 이 부분을 매우 흥미롭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이러한 흥미롭고 현실적인 적응은 그녀가 가진 장애의 독특한 본질을 곧바로 드러냅니다. 비록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그녀는 주어지는 단어에 곧바로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손가락을 글자 위에 옮겨가 순서대로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 몇 글자를 실패한 후, 그녀는 말했습니다. “이 글자는 M 이군요.” 그리고 세 글자를 더 만진 후 “이 단어는 엄마(Mother)”에요, 라고 자랑스레 그 단어를 추측했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그녀가 단어를 읽을 수는 없다 하더라도 여전히 그 단어에 대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후식(dessert)이라는 글자를 보았을 때 그녀는 곧 ‘오 내가 좋아하는 거예요’라고 소리쳤으며 아스파라거스(asparagus)는 그녀에게 ‘이 단어는 하고 싶지 않군요. 뭔가 나를 기분나쁘게 만들어요.’라는 반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또 다른 사례를 알려주었습니다. 그녀는 집에 도착한 편지 두 통을 보고 곧바로 하나를 어머니에게 주었고 다른 하나를 자신의 백에 넣었습니다. 곧, 그녀는 누가 편지를 보냈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그들이 누구와 관련이 있는지는 느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병은 그녀의 인생을 바꾸었습니다. 그녀는 더 이상 유치원에서 일할 수 없었습니다. 그 대신 그녀는 동네 헬스클럽의 카운터에서 일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쓸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National Geograph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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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ita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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