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과학

언어가 우리의 사고방식에 끼치는 영향

레라 보로디츠키는 저명한 과학자들에게 눈을 감고 남서쪽을 가리키게 하는 실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다양한 방향을 가리켰습니다. 그러나 5살 난 호주 원주민 소녀는 언제나 정확한 방향을 가리켰습니다.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대학의 인지과학자인 레라는 이 차이가 그들의 언어에 있다고 말합니다.

“호주 원주민 언어에는 오른쪽과 왼쪽이 없습니다. 그들은 방향을 이야기할 때 절대적인 방위를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네 동쪽의 소녀가 내 여동생이야’ 라고 말합니다.”

템플대학의 아네타는 언어의 차이가 사람들이 물건을 분류하는 방식에 영향을 끼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 컵(cup)과 유리잔(glass)은 서로 다른 대상을 가리킵니다. 러시아어에도 컵과 유리잔에 해당하는 샤쉬카(chashka)와 스타칸(stakan)이 있지만, 이들은 재질이 아닌 형태에 의해 구별됩니다.

아네타는 러시아어를 가르칠 때 실제 컵과 유리잔들을 구분하게 하면서 가르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방법은 기존의, 발음과 뜻만을 반복하는 언어공부와는 차원이 다른 방법입니다.”

“한 사람의 모국어는 그의 기억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영어, 불어, 러시아어를 완벽하게 구사했습니다. 그는 회고록을 세번에 걸쳐 썼습니다. 그가 첫번째 회고록을 영어로 출판했을 때, 출판사는 그에게 러시아어로 자신의 회고록을 번역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나보코프가 러시아어로 그 회고록을 번역하는 동안, 영어로는 기억나지 않았던 과거가 기억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결국 러시아어로 새로운 회고록을 썼고 그 새로운 회고록이 다시 영어로 번역되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지금 보는 나보코프의 회고록입니다.”

레라는 영어와 스페인어의 차이에 의해서도 기억이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영어에서는 행위의 목적이 항상 분명한 것이 아닌 반면, 스페인어에서는 항상 분명합니다. 이 차이는 사람들의 기억에 차이를 만듭니다.”

반면, 콜럼비아 대학의 언어학자 존 맥호터는 이런 차이들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아주 미묘한 차이들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언어가 사람들의 삶을 다르게 만든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존은 사람들의 언어에 대한 과도한 의미부여를 비판하는 “언어사기(The Language Hoax)”라는 책을 곧 출간할 예정입니다.

“마야 언어 역시 방향을 가리킬 때 오른쪽, 왼쪽이 아닌 절대적인 방위를 이용합니다. 한 실험에서 이들은 오른쪽, 왼쪽을 알 경우 더 쉽게 풀 수 있는 미로 문제를 풀었습니다. 그들의 성적은 다른 언어 사용자들만큼 좋았습니다.”

그러나 레라는 존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존의 실험은 언어가 문제풀이의 유일한 요소는 아님을 말해줄 뿐입니다.”

“전투기 조종사나 의사가 되는 훈련이 우리의 인지능력을 변화시키는 것처럼, 새로운 언어를 배울때도 우리의 인지능력은 바뀌게 됩니다.”

(NPR)

원문보기

veritaholic

View Comments

  • 지금 읽고 있는 책인 '모든 언어를 꽃피게 하라'의 저자는 언어가 인간의 사고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은 아주 제한적이라는 쪽이라,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이 사고를 지배한다는 주장도 비판하더라고요. 상속세라고 부르든 사망세라고 부르든 정보만 올바르다면 인간은 독립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는 거죠.

    그 책 앞머리 추천사를 쓴 게 기사에서 '언어 사기'를 출간 준비 중이라는 존 맥호터(맥워터)인 걸 보면, 이 쪽도 편이 나뉘어 논쟁 중인가봐요.

    • 네. Dasida님,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위의 글에서도 보듯이, 하나의 실험에도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분명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물론, 사고방식에 대한 언어의 영향이 특정 영역에따라 달라질 수도 있구요.

Recent Posts

[뉴페@스프] “응원하는 야구팀보다 강한” 지지정당 대물림… 근데 ‘대전환’ 올 수 있다고?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2 일 ago

[뉴페@스프] ‘이건 내 목소리?’ 나도 모를 정도로 감쪽같이 속였는데… 역설적으로 따라온 부작용

* 비상 계엄령 선포와 내란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인해 한동안 쉬었던 스브스프리미엄에 쓴 해설 시차발행을…

4 일 ago

살해범 옹호가 “정의 구현”? ‘피 묻은 돈’을 진정 해결하려면…

우리나라 뉴스가 반헌법적인 계엄령을 선포해 내란죄 피의자가 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는 뉴스로 도배되는 사이 미국에서…

5 일 ago

미국도 네 번뿐이었는데 우리는? 잦은 탄핵이 좋은 건 아니지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투표가 오늘 진행됩니다. 첫 번째 투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으로 투표에…

1 주 ago

“부정 선거” 우기던 트럼프가 계엄령이라는 카드는 내쳤던 이유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이후 미국 언론도 한국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사태에 큰 관심을 보이고…

2 주 ago

트럼프, 대놓고 겨냥하는데… “오히려 기회, 중국은 계획대로 움직이는 중”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안보…

3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