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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연말특집: 인간이 가진 감각

인간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다섯 가지 감각을 통해 세계를 인식합니다. 각 감각은 세계를 구성하는 필수요소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물리학에서 세계는 140억 년 전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시작했습니다. 초기 우주는 전자기파로 가득차 있었으나, 곧 이들은 물질로 바뀌기 시작했고, 오늘날 우주는 물질과 암흑물질, 그리고 전자기파 일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질량과 전자기파 에너지는 아인슈타인의 가장 유명한 공식인 물질-에너지 변환공식(E=mc^2)에 따라 서로 변환되었습니다.

시각은 전자기파를 인식하는 감각입니다. 촉각은 물질을 인식하며, 청각은 물질의 규칙적 움직임을, 후각과 미각은 물질의 화학적 특성, 곧, 작은 물질들이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각 감각이 가진 특성과 한계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시각은 파장에 따라 무한대로 뻗어 있는 전자기파의 대역 중 극히 일부인 400-700nm 만을 인식하며, 따라서 이 대역은 가시광선으로 불립니다. 인간이 이 대역만을 볼 수 있는, 또는 보도록 진화된 이유는, 이 대역이 지구상에 풍부한 물을 투과하는 대역이기 때문이며, 동시에 지상의 동물들이 수중생물로부터 진화했기 때문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학자들은 우리가 다양한 색깔을 구분하는 이유로, 진화 과정에서 영양가 있는 과일과 야채를 숲속에서 쉽게 찾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2006년 한 연구자는 다른 사람의 혈색으로부터 그들의 감정을 쉽게 파악하기 위해 색을 구분하는 능력을 키웠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지구상의 생물들은 절반의 시간을 빛이 없는 암흑 속에서 보내야 했으며, 이는 이들의 생존에 청각이 필수적인 요소였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청각은 시각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각이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청각을 통해 시각이 닿지 않는 영역의 정보를 우리가 얻을 수 있었음을 말해줍니다. 청각은 특히 파충류의 뇌로 알려진, 감정을 담당하며 즐거운 것을 추구하고 불쾌한 것을 피하게 만드는, 뇌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편도체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이는 왜 우리가 특정한 소리를 들을 때 소름을 느끼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우리가 소름을 느끼는 소리인 유리와 금속이 긁히는 소리는 약 2~5kHz 영역에 있으며 이는 아기의 울음 소리가 있는 영역입니다. 즉 인간은 아기의 생존을 위해 아기의 울음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되도록 진화되어왔을 수 있습니다.

미각과 후각은 물질의 고유한 특성인 분자구조를 인식하기 위한 감각입니다. 후각의 경우 특정 분자를 수용하는 수용체에 의해 인식이 이루어진다는 학설과, 분자가 가지는 양자진동을 인식한다는 두 이론이 있으며 아직 하나의 정설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미각과 후각은 특히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먹이를 구별하기 위해 더욱 중요했습니다. 인간의 맛에 대한 호불호는 진화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단맛에 대한 선호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설탕을 섭취하기 위함이며 쓴맛을 싫어하는 것은 독성을 피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5번째 맛인 감칠맛에 대한 선호는 단백질을 공급받기 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감칠맛을 내는 성분이 많이 발견되는 조리와 숙성 과정은 음식의 독성을 줄여주기도 합니다. 이는 감칠맛을 선호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이득입니다.”

한편, 음식의 구분에는 미각이 아닌 다른 신경들도 동원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말하는 ‘맛(taste)’은 실은 ‘풍미(flavor)’를 의미합니다. 풍미에는 맛을 느끼는 미각, 향을 느끼는 후각, 그리고 삼차신경(trigeminar) 감각의 세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과일은 단맛과 신맛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과와 배를 구별하게 만드는 것은 이들이 가진 고유의 향을 통해서 입니다.”

매운 맛은 삼차신경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삼차신경이란 촉감과 온도, 통증을 느끼는 신경을 말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음식에 섞인 돌을 골라내어 뱉을 수 있습니다. 특정 식물들은 삼차신경을 자극하는 화학물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하는 냉각신경을 자극하며, 매운 음식에 포함된 화합물인 캡사이신은 통각신경을 자극합니다.

위의 감각들은 뇌를 통해 모두 연관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옥스포드 대학의 찰스 스펜스는 시각과 후각이 맛을 결정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합니다.  미각, 청각, 질감, 촉각 등은 상대적으로 적은 영향을 끼칩니다.

“우리 뇌의 거의 절반이 시각과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사용되는 반면, 미각과 관련된 부분은 뇌의 몇 퍼센트에 불과합니다. 이것이 음식의 색깔이 우리가 느끼는 맛에 영향을 끼치는 이유입니다.”

또한 소리는 다른 생각을 연상하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쿵” 하는 소리는, 소리 자체에는 무게가 없음에도 무거운 무언가를 연상하게 만듭니다. 소리를 통해 포식자의 크기를 유추하는 능력은 우리 조상들의 생존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감각에 대한 연구는 결국 인간과 세계의 관계가 철저히 진화와 자연법칙의 결과일 뿐임을 알려줍니다. 과거 살아있는 뇌는 공상과학 작가들의 상상력 속에 존재했습니다. 이들은 영양이 공급되는 뇌에 위의 5가지 감각신호를 입력시킬 경우, 그 뇌가 또다른 현실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 상상했습니다. 영화 매트릭스는 이 상상력을 바탕으로, 살아있는 뇌가 자신의 현실을 파악하는 것이 스스로에 의해서는 불가능할 지 모른다는 것을 완벽한 메타포로 표현했습니다.

아마 이것이 인간이 가진 또 다른 한계일 것입니다.

verita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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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좀 더 구체적인 표현으로 하자면

    촉각은 '고체'를 인식하며, 청각은 음의 파동을, 후각은 물질의 기화된 분자를, 미각은 물질의 분자 화학적 농도를

    •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사실 촉각은 고체만이 아니라 액체와 기체도 감지합니다. '음의 파동'은 청각이 감지하는 물질의 움직임의 일부 혹은 다른 이름에 가까우나 조사 '의'가 다소 부정확하게 사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물질의 기화된 분자'의 경우에도 '의'가 어색하게 느껴지며 '분자 화학적 농도'라는 용어 역시 부자연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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