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이론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실재하는 위협이라며 경고하고 있습니다. 올 한 해도 지구 곳곳에 기후변화가 근본 원인으로 추정되는 이상기후가 잇따랐습니다. 초대형 태풍과 매일같이 기록을 경신했던 이상고온 현상, 그리고 계속해서 녹아내리는 극지방의 빙하까지, 체계적인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일곱 번째로 따뜻했던 2013년 느닷없이 찾아왔던 이상기후의 기록들을 살펴보겠습니다.
– 몇 시간 만에 48.5도나 오른 기온
북극권 (북위 66도 33분보다 높은 위도 지역) 안에 있는 스웨덴의 라플란트(Lapland)의 작은 마을 니칼루옥타(Nikkaluokta)는 지난 3일 최고기온이 섭씨 4.7도로 포근했습니다. 그러다가 며칠 사이 기온은 여느 때의 북극 겨울 기온인 영하 40.8도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기온이 몇 시간 만에 다시 영상 7.7도까지 오릅니다. 48시간 이내의 기온 변화로는 역사상 가장 큰 폭인 48.5도의 기온 변화에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 계속해서 녹는 극지방 빙하
자꾸 따뜻해지는 바닷물의 온도와 기온 때문에 극지방의 빙하는 계속해서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온갖 기록을 갈아치웠던 지난해만큼은 아니지만, 2013년은 지난 1979년 이래 여섯 번째로 빙하가 많이 녹아내린 해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그린란드의 대륙빙하를 예로 살펴보면, 지난 1990년대까지만 해도 매년 녹아내린 빙하의 양은 340억 톤 정도였는데, 오늘날은 매년 2,150억 톤 가량이 사라집니다.
북극과 달리 남극 지방의 총 빙하량은 늘어났습니다. 이를 두고 기후변화 자체가 허상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더러 있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이 남극점 근처에 유달리 강한 바람이 불면서 일어난 예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린란드와 마찬가지로 1990년대, 매년 300억 톤씩 사라지던 남극대륙 서쪽의 빙하는 올해 1,470억 톤이 바다로 떨어져나갔습니다.
– 이상고온과 그로 인한 대형 산불, 그리고 홍수
호주의 올 1월은 역사상 가장 뜨거운 여름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남호주 뭄바(Moomba) 지역의 기록적인 49.6도는 차치하더라도, 낮 최고기온이 48도까지 치솟는 날, 한밤 중에도 기온이 34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은 날이 잇따랐습니다. 온 대륙이 바짝 말라버린 탓에 작은 불씨 하나가 대형 산불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상고온 현상은 호주 뿐 아니라 브라질 북부, 중국 상하이, 미국 캘리포니아 등 곳곳에서 보고됐습니다. 유럽의 경우 더운 공기가 잦은 비바람을 몰고 와 홍수가 빈발했습니다.
– 지구의 열을 머금은 대양, 태풍으로 이어지다
지구가 더워지면 대륙은 뜨겁게 달아오르지만, 바다는 상대적으로 달아오르는 속도는 더딥니다. 대신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지면, 열대 바다에서 형성돼 수증기를 먹고 자라는 열대성 저기압의 파괴력이 훨씬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필리핀을 강타한 초대형 태풍 하이옌을 생각해보신다면 쉽게 이해가 가실 겁니다. 이런 사실을 감안했을 때 올 한해 멕시코만을 비롯한 대서양 서안에 큰 허리케인이 없었던 건 불행 중 다행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극단적인 이상기후가 온전히 기후변화 탓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적지 않은 수준의 책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있습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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