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과학

적대적 저널리즘과 이기적 유전자

*번역자 주: 이 글인 리처드 도킨스가 자신의 웹사이트(richarddawkins.net)에 올린 데이빗 돕스의 이기적 유전자 비판(관련 뉴스페퍼민트 기사)에 대한 답글입니다.

나는 데이빗 돕스의 글에 답하기를 요청받았습니다. 그의 글에는 몇몇 흥미로운 생물학의 관찰결과들이 읽기 쉽게 쓰여져 있지만 한가지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오늘날 언론계에서 종종 나타나는 좋지 못한 모습으로, (아마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누군가를 공격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X 라는 내용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만 X 자체가 그렇게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닐때, 당신은 이 내용이 혁명적이며, 새롭고, 패러다임을 바꾸며, 따라서 어떤 Y 라는 개념을 극적으로 뒤집는다고 주장하게 됩니다.

내가 이 글을 거의 마무리 했을 때 나는 나의 동료 제리 코인의 보다 훌륭한 돕스에 대한 반박글(링크)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글로 내 입장을 대신하는 것도 생각해 보았지만, 돕스가 나의 초기 작업들을 공격했으므로 내가 직접 그를 반박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돕스에게 Y 는 곧 나의 책, 이기적 유전자입니다. 그리고 X 는 곧 유전자가 같은 식으로 표현되지 않는다는,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전혀 새롭지 않은 사실입니다. 그는 이것을 ‘표현형 유연성(phenotype plasticity)’라고 불렀습니다. 메뚜기 떼의 메뚜기와 보통 메뚜기는 같은 유전자가 다르게 표현된 것입니다. 번데기와 나비 역시 같은 유전자가 다르게 표현된 것입니다. 동물의 형태를 결정짓는 것은 이들이 가진 유전자만이 아니라 그 유전자가 발현되는 맥락입니다. 돕스는 이 사실을 적당히 잘 설명했고, 나역시 이 사실을 지금까지 거부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글 제목과 결론에서 최신 연구결과들이 이기적 유전자의 내용을 부정하고 있으며, 내가 의도적으로 이들을 부정하고 있다고 매도하고 있습니다.

이기적 유전자에서 나는 사회적 곤충들에 대해 많은 것들을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여왕벌과 일벌의 차이가 유전자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사실 여왕벌과 일벌의 차이, 곧 생식의 가능성 여부가 유전자에 의해 조절되어서는 안됩니다. 특정 유전자가 무조건적으로 생식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면, 자연선택은 그 유전자를 곧 사라지게 만들것입니다. 따라서 생식을 금지하는 유전자는 환경적 조건에 의해 특정 조건에서만 발현되어야 합니다. 병정개미와 일개미의 차이 역시 유전적인 것이 아닙니다. 유전자의 관점에서 볼 때, 어떤 암컷개미도 여왕개미가 될 수 있습니다. 유전자는 환경적 요인들에 의해 서로 다른 발생학적 경로를 통해 다르게 발현됩니다. 이것은 존 메이나드 스미스의 “조건부 전략(conditional strategy)”입니다.

사실 이런 차이는 한 개체의 같은 유전자를 가진 세포가 근육세포, 간세포, 신경세포 등 서로 다른 기관으로 발달하는 발생학적 분화의 확장된 형태에 불과합니다. 이 세포들이 서로 다른 세포가 되는 것은 세포내 화학물질 환경에 의해 유전자들의 발현이 조절되기 때문입니다. 이기적 유전자는 발생학에 관한 책이 아니지만, 위의 사실들은 기초생물학 과정을 수강한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며, 내 책 역시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조상이야기(The Ancestor’s Tale, 2004)와 지상 최대의 쇼(The Grestest Show on Earth, 2009)에서 이 사실들을 보다 분명하게 설명했습니다.

이 두 책에서, 그리고 다른 여러곳에서 설명한 것처럼 종 간의 차이는 그들이 소유한 유전자 목록보다 그 유전자들이 어떻게 발현되는가에 더욱 의존합니다. 나는 이들을 프로그래머들이 사용하는 툴박스 목록에 비유하기를 좋아합니다. 2004년, 조상이야기에서 나는 아래와 같이 쓴 바 있습니다.

맥 컴퓨터에는 부팅후에는 항상 메모리나 시스템파일에 상주하는 툴박스 코드들이 있습니다. 각각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수천개의 툴박스 코드는 여러 프로그램들에서 조금씩 다른 방법으로 반복해서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옵스큐어커서(ObscureCursor) 코드는 화면에서 마우스포인터를 마우스가 다시 움직일때까지 사라지게 해줍니다. 비록 우리가 느낄 수는 없지만, 이 옵스큐어-커서 ‘유전자’는 우리가 타자를 시작할 때마다 불려져 사용됩니다. 맥 컴퓨터의 모든 특징들, 곧 풀다운 메뉴, 스크롤 바, 윈도우 축소 등의 기능을 수행할 때 이 툴박스 코드들은 사용됩니다.

모든 맥 프로그램들이 같은 ‘룩 앤 필'(소송의 원인이 된 바로 그 유사성들)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이들이 같은 툴박스 코드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당신이 화면 전체를 마우스 방향으로 옮기고 싶은 프로그래머라면, 당신은 이 기능이 있는 툴박스 코드를 사용하면 됩니다. 만약 당신이 풀다운 메뉴의 체크 박스를 직접 만들려고 시도한다면, 이는 당신을 미치게 만들겁니다. 당신은 그저 해당 툴박스 코드를 호출하기만 하면 됩니다. 맥 컴퓨터의 어떤 프로그램이든, 어떤 언어로 쓰여졌는지와 무관하게, 이들은 같은 툴박스 코드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든 프로그래머는 같은 툴박스 목록을 이용합니다. 프로그램의 차이는 이 코드들을 다른 순서와 조합으로 사용하는 것에서 나옵니다.

세포 핵 내의 유전체(genome)는 표준적인 생화학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DNA 툴박스에 해당합니다. 세포의 핵은 맥 컴퓨터의 메모리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간 세포, 뼈 세포, 근육 세포와 같은 각각의 세포들은 이 툴박스 들을 서로 다른 순서로 조합함으로써 자신에게 필요한 세포의 성장, 분리, 호르몬 분비와 같은 기능을 수행합니다. 쥐의 뼈 세포는 쥐의 간 세포보다 인간의 뼈 세포와 더 비슷하며, 같은 툴박스를 이용해 거의 동일한 임무를 수행합니다. 곧, 모든 포유류는 같은 툴박스를 필요로 하며, 이것이 이들이 거의 같은 유전체를 가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물론, 쥐의 뼈 세포는 인간의 뼈 세포와 다릅니다. 그리고 그 차이 역시 툴박스가 사용되는 순서에 기인합니다. 물론 툴박스 자체도 인간과 쥐가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지만, 그 차이는 인간과 쥐의 차이에 비하면 거의 무시할만한 수준입니다. 쥐를 인간과 구분짓는 것은 툴박스 자체보다는 툴박스가 불리는 순서인 것입니다.

그러나 돕스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내가 그로부터 진정 놀랄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인간이 벌레, 새, 닭, 고양이, 소, 원숭이와 비슷하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그들과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세포가 이들을 다르게 읽기 때문입니다.

돕스는 정말 다른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것이 나를 놀라게 할 것이라거나, 이기적 유전자 이론을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요? 다른 유전자를 조절하는 유전자는 내가 “이기적 유전자”를 “불멸의 복제자”, 그리고 “자연선택의 기본단위”라고 말할 때 내가 정확히 염두에 두던 바로 그런 종류의 유전자입니다.

나는 또한, 특정 표현형에 대해 “~을 위한 유전자” 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이것은 언어적 편의에 불과하며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몇번이나 강조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유전자와 표현형 사이에 일 대 일의 결정론적, 원자 단위의 인과론적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역시 셀 수 없이 많이 설명했습니다. 나는 마지못해 이것을 인정한 것이 아니었고, 오히려 스스로 이 사실들을 강조했습니다.

나는 사실 유전자 발현에 있어 환경적 맥락의 중요성을 돕스보다 더 많이 강조해 왔습니다. 1998년 나의 책 무지개를 풀며(Unweaving the Rainbow)에서, 나는 한 챕터 ‘이기적 협력자(The Selfish Cooperator)’ 전체를 통해 유전자는 절대 독립된 상태로 이해해서는 안되며 유전자 풀의 다른 유전자들로 구성된 환경에 둘러쌓인 상태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을 설명했습니다. 유전자 풀의 유전자들은 같은 신체를 를 공유합니다. 이들은 반복된 유성생식의 뽑기를 통해 함께 진화를 겪어 왔습니다. 즉 한 유전자 풀은 서로 협력하고 서로를 뒷받침 하는 유전자들의 카르텔입니다. 같은 유전자도 다른 유전자 풀에서는 전혀 다른 발현을 보이며, 전혀 다른 선택압을 경험하게 됩니다. 내 첫번째 책의 제목을 이기적 유전자가 아니라 이기적 협력자로 지었더라도 좋은 제목이 되었을 겁니다. 2006년 이기적 유전자의 30주년 기념판에서 나는 이기적 유전자라는 제목이 샀던 오해를 다루며 아래와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이기적 유전자라는 제목의 또 다른 대안으로 협력적 유전자(The Cooperative Gene)가 있습니다. 이 두 제목은 모순적으로 들리지만, 사실 이 책의 핵심부분은 어떻게 이기적 유전자들이 협력의 형태를 이루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것은 유전자 집단이 다른 구성원을 희생하거나, 다른 집단을 희생함으로써 번영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각 유전자는 유전자 풀(유성 생식을 통해 섞일 수 있는 한 후보집단)의 다른 유전자를 환경으로 가진 상태에서 자신의 이기적 목표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날씨, 포식자, 먹이, 초목, 토양 박테리아가 환경을 구성하는 것과 같이 다른 유전자가 구성한 환경속에서 각 유전자들의 생존이 결정된다는 뜻입니다. 유전자 각각의 관점에서 볼 때, 이 ‘배경’ 유전자는 서로 신체를 공유하며 세대간의 여행을 함께하는 동료들입니다. 단기적으로는 한 개체 유전체의 다른 유전자들이 이에 해당하며, 장기적으로는 한 종의 유전자 풀의 다른 유전자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자연선택은 이들의 집단에 작용하며, 그 결과 각 유전자는 다른 유전자가 존재할 때 더 강하게 보이며, 이는 마치 이들이 서로 협력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이 ‘협력적 유전자’의 진화는 이기적 유전자라는 근본원리를 전혀 위반하는 것이 아닙니다. 5장은 노젓는 선원의 비유를 이용해 이 개념을 설명하며, 13장에서는 이를 더욱 발전시킵니다.

돕스가 이기적 유전자를 부정하는 또 다른 예로 든 것은 “유전적 적응(genetic accommodation)”입니다. 이것은 내가 볼드윈 효과(Baldwin Effect)라고 부르던 현상의 새로운 이름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는 이 현상을 전혀 부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해 더 할 말이 없습니다. 이 현상은 이기적 유전자로 잘 설명할 수 있습니다. 메리 제인 웨스트-에버하트가 자신의 학문적 저서 “발달 유연성과 진화(Developmental Plasticity and Evolution, 2003)”에서 보인 이 내용을 나도 이기적 유전자에 포함시켰다면 내 책이 더 나은 책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이 내용을 강조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 내용이 이기적 유전자를 부정하는 내용이라고 말해서는 안됩니다. 나는 돕스가 왜 그렇게 주장하는지를, 존재하지 않는 논쟁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려는 언론인의 욕망 외에 다른 이유는 생각해 낼 수 없습니다. 아마 이 마지막 추측이 그의 글 전체를 요약하는 가장 좋은 말 같습니다. (richarddawkins.net)

원문 보기

veritaholic

View Comments

  • 잘 읽었습니다. 과학 쪽 번역은 개념과 용어 때문에 까다로운 작업일텐데, 늘 읽기 쉽게 번역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어제 글과 오늘 글을 다 읽어본 결과, 저는 도킨스에게 손을 들어주고 싶군요 ^^

  • 논쟁의 양상이 돕스는 '네가 A를 주장했지만 사실은 B야' 라고 주장하고 도킨스는 '내가 말한 건 원래 B의 의미야' 이라고 말하는 형국이군요. 사실상 둘 사이의 이론적 견해 차는 없다고 봐도 될려나요? 누가 옳은지 알려면 제목만 수없이 들어본 '이기적 유전자'를 한 번 읽어봐야 되겠네요ㅋㅋ

Recent Posts

“진짜 승자는 트럼프 아닌 이 사람?… 트럼프 2기를 예측해봤습니다”

미국 대선이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로 마무리됐습니다. 트럼프의 승리 요인, 해리스의 패배 요인을 분석하는 기사와 칼럼이…

12 시간 ago

[뉴페@스프] 공격의 고삐 쥔 트럼프, TV 토론으로 승리 방정식 재현할까?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7 일 ago

“‘기생충’처럼 무시당한 이들의 분노” vs “트럼프 지지자들, 책임 돌리지 말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스가 "진보 진영의 잘난 척"에 대한 반감이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다줄 수 있다는…

1 주 ago

[뉴페@스프] “‘진짜 노동자’의 절망,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미국 대선의 진짜 승부처는 여기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1 주 ago

이번 대선은 50:50? “트럼프도, 해리스도 아닌 뜻밖의 변수는…”

미국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 결과는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팽팽한 접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특히…

2 주 ago

[뉴페@스프] 이야기꽃 피우다 뜨끔했던 친구의 말… “조금씩 내 삶이 달라졌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2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