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생물을 구별하는 종(species)이라는 개념은 생물학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입니다. 그러나 종을 구별하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전통적인 종의 구별법은 생식을 통해 번식이 가능한 집단을 하나의 종으로 간주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A 와 B 는 생식이 가능하고 B 와 C 역시 생식이 가능하지만 A 와 C 는 생식이 불가능한 경우를 발견했습니다. 이는 번식이 종을 구별하는 데 있어 좋은 기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또다른 두가지 종의 기준은 “생태적 종(ecological species)”과 “유전적 종(genetic species)”입니다. 생태적 종이란 생태계에서 특정한 위치를 차지하고 특정 기능을 행하는 구별된 집단을 말합니다. 그리고 유전적 종이란 유전적으로 다른 종과 구별되며 이들끼리는 유사성이 높은 집단을 말합니다.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은 길이 1mm 내외의 미소동물(meiofauna)의 경우, 위의 기준으로도 종을 구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이들 미소동물들은 박테리아보다 충분히 크지만 개미보다는 작습니다. 이들은 사막의 모래위, 히말라야 정상과 심해의 바닥 같은 극단적 환경에서도 살고 있습니다. 미소동물중의 하나인 곰벌레(water bears)의 경우, 물이나 음식의 공급없이 10년 이상을 버틸 수 있으며 150도의 고온과 영하 270도의 저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국의 과학자들은 이들의 종을 구분하기 위해 많은 수의 미소동물들을 수집하여 크기에 따라 분류하고 이들의 유전자를 분석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같은 종의 개체들은 비슷한 유전자를 가지며, 개체의 차이는 종 사이의 차이에 비해 적기 때문에 같은 종끼리는 유전자 지도 상에서 뭉쳐있게 됩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들 미소동물들이 유전자 지도상에 매우 넓게 퍼져있으며 어떤 특정한 덩어리로 뭉쳐있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은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습니다. 어떤 생물집단이 특정환경에 적응할 경우, 이들의 유전자는 그 환경에 적합한 종류의 유전자로 구성되게 되고 이들은 생태적 종 또는 유전적 종으로 구별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집단의 개체 수가 극단적으로 많을 경우 하나의 집단 안에서도 매우 다양한 유전적 차이가 가능해 지며, 개체간의 차이는 더욱 벌어지게 됩니다. 또 개체간의 상호작용이 환경과의 상호작용보다 더 커질 경우, 이들이 겪는 진화의 정도는 같은 환경속에서도 서로 조금씩 달라지게 됩니다. 이것이 이들이 마치 환경과 무관한것처럼 보이는 다양한 유전자형(genotypes)과 표현형(phynotypes)을 가지게 된 이유이며 유전적으로 구별되는 종이 만들어지지 않은 이유입니다.
“진화는 개체에게 적용되며 종과는 무관합니다. 각 개체가 남기는 후손의 수는 그 개체가 얼마나 환경에 적응했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 과정에서 종의 형성은 필수조건이 아닙니다.”
(TheScien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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